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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3

우두망찰 2005. 5. 6. 13:11

 

*

시간이 다 되어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이 지방 특산이 아닌데도 연변 과수나무 주종이 배나무다.

어디서는 끝없다 할 만큼 규모도 광활하다.

배꽃은 원래 비 오는 날 운치가 더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왜일까?  아마도 오래된 기억, 생각의 습관 탓이겠지.

희뿌염 비안개가 젖어 언제나 내 기억 속 배꽃은 물결처럼, 음악처럼

축축이 유년의 그 비 오는 강가를 떠나지 못하고 몽유한다.


그러나

오늘은 메말라있다. 단내가 날만큼. 화창하게.

건조하고 메말라, 과수 아래 흙들도 황토색 속살을 모두 시뻘겋게

들어내고 그 위로 배 밭이 펼쳐진다. 배꽃이 끝없이 물결친다.

나는 배꽃을 원 없이 본다.


이 길이 고속도로가 아니라면 내려 원 없이 사진도 찍을 텐데....

아마도 새로 지은 고속도로 높이 탓에 풍경이 더 인상 깊었으리라.

마치 고속철을 타고 배꽃 핀 평택, 안성 구릉지들판을 달릴 때처럼. 

아무래도 배나무 키는 사람 키보다 크다.


그리고 아무리 발품을 열심히 팔아도 이렇게 다양한 높이의 조망을

한꺼번에, 순식간에 다 누리기는 이 도로, 이 속도 아니면 아마 거의

불가능했으리라. 그래 이제 이 무미건조한 고속도로도 미워하지 않기로 할까? ^^

(다음엔 고속도로 얘기를 쓰자)


아무려나 예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포만감에 다시 배 밭 순례를 하기로 한다.

보다 오지로, 두 자리 이상국도, 지방도로로.

아무래도 들판, 넓은 벌판, 모르는 황무지를 헤매기는 오늘 햇빛이

너무 가혹해. 시간도 부족해. 보은 청주 가는 길.

다시 거기서 분기해 문장대 뒷길은 평소 내가 자주 애용하는 길.

아주 한적한 길.


배꽃.

벚꽃.

산 벚 꽃 구름 같고.

복숭아. 자두. 살구. 기타 여러 꽃. 왼갖 봄꽃.

무더기로 피어있어 혼자서 다 구경했네.

시간도 넉넉해서 차근차근 둘러봤네. 이모저모도 살펴봤네.

느티나무, 버드나무, 잎 파란나무, 싹 예쁜 나무,

소나무, 꽃나무, 이름모를 나무, 이름 있는 나무.

왼갖 나무 다 봤지만. 솔직히 말해 혼자여 외로웠네.


그대 없어 쓸쓸했네.


배꽃 보며.

가버린 배꽃 같은 이.

이제 미이라가 되네.

 

<복숭아 꽃>


 

 

<벚꽃-1>


 

<벚꽃-2>


 

<산벚>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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