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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향

우두망찰 2005. 5. 16. 14:15
 


아카시 꽃이 한창이다.


퇴근시간, 무심이 차를 내리면

갑자기 온 몸을 휘감아드는 향기. ^^

-집이 우연히 산 아래다.


매년

꼼짝없이 당하면서도

대책 없는 이 기습이 전혀 싫지 않음은

아마 망설임 없이, 눈치 보지 않고 파고드는 이 막무가내

건강한 향기 탓이 크리라.

 

어두운 밤

결코 밝지만은 않을 기분

몸은 대체로 축 쳐져 있음인데, 느닷없이 안겨오는

이 황홀한 영접을 어느 누군들 마다하랴만 ^^

하여, 한낮에도 결코 화려하달 수는 없는

자신의 존재를 새삼 각인시키고,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이 강열한 향기의 제전은 밤栗꽃이 필 때 다시 한번 펼쳐진다.)


아카시하면

(원래 정확한 이름이 익숙한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카시’란다.)

누구라고 거기 얽힌 얘기, 추억하나 없으랴만

내게 우선 생각나는 것은

최인훈 광장, 도입부에 나오는 그 아카시 꽃에 관한 싯 구절

-소네트 한절이고 (처음 읽을 때는 강열해 인상에 깊었는데

다음 기회에 접하니 왜 그랬을까? 약간 의아했던 기억. 그리고

지금은 외지 못한다.)

다음이 우리 집으로 드는 터널입구 위 야산 풍경이다.


이 풍경이 특별함은

그 장소가 유독 아름답다거나, 꽃이 장관이거나

특이해서가 아니라, 바로 내게 익숙한 장소이기 때문이리라.

마치 내게 밤나무 꽃 하면 전국적으로 주워섬길 그 유명짜한

장소들을 다 제치고, 우선 떠오르는 곳이 바로 경부고속도

양재 나들목, 만남의 광장 휴게소 뒤편 야산 풍경이듯이.


지척에 두고 자주보지만

정작 제대로 한번 가보지는 못한 장소

 

언젠가 한번은 멈춰, 느긋이 완상하고 싶은데

매번 곁눈질로 지나치기만 하는 장소

 

언제나 손닿을 거리에 있지만

때 맞춰 손 한번 내밀어 잡아주지는 못한 장소.

 

(그래서 사진 한 장 없다. ^^)


그 장소는 말굽처럼 아담히, 뒤집은 U자 형태로 

비교적 조용할 뿐 아니라, 지금 계절 터널로 들 때면

마치 이 아카시꽃 왕국으로 초대되어 드는 것처럼

그 위로 온통 이 꽃 주렴이 드리워져 있다.


그리하여 밤이면

형체는 빛을 따라 어둠 속으로 소멸되지만

대신 향기는 낮동안의 휘발을 멈추고

대기의 정령 지표를 따라 내려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이윽고 사람들 코끝으로 살아 드는 것이니



다음 기회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달빛 아래 홀로 우뚝한 그 천변川邊

아카시 나무 얘기를 하게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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