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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우두망찰 2005. 5. 14. 13:41
 


항상 이 길에 오는 시간은 늦다.

(그래봐야 세 번째지만^^)


비교적 여유가 있다

생각되든 어제 일정도 마찬가지다.

늦어도 두시쯤이면 볼일 끝내고

온천을 하든지, 아니면 가로수 그늘아래

낮잠을 한숨 자든지 하며 느긋이, 쉬엄쉬엄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도착시간이 열한시.


일을 겨우 두시에 시작할 수 있었다.

부랴부랴 서둘러 마친 시간이 오후 네 시.

햇살도 이미 힘을 잃어 설핏하고 날도 그리 쾌하지 못해

가지말까 하다 그래도 夏至가 가까운데 하며 들리기로 하다.

 

이십키로 남짓, 호숫가 구비길.

이제 현란한 색채의 봄꽃들은 거의 다지고

계절도 신록을 넘어 녹음에 가까운데

길섶의 흰, 나무 꽃들이 한창이다.

거개가 아카시, 이팝.

찔레꽃도 벌써 다문다문 피어 거드는 듯 하고...


육중한 철문을 지나고(상시 개방되어 있는듯)

모롱이를 돌자 길 중앙을 가로막은 꽃 화분으로 치(위)장한

바리케이트. 그리고 초소. 예의 경찰이 통제를 한다.


대기 주차선에 차를 세우고 막 내리려니 이번엔

그들이 일과를 끝내고 아무런 미련 없다는 듯 차를 타고

서둘러 떠나버린다. 한마디 말도 없이.

나 혼자 남겨두고.

온통 내게 다 인계한다는 듯이...


오후 다섯시.

의도하진 않았지만 정확하게 맞은 이 시간의 일치와, 정적이

싫지만은 않아 예정에 없이 다시 4키로 안까지 들어가 보기로 하다.

그 안에 있는 집이야 관심 밖 -굳이 입장권 사 정해진

버스타고, 정해진 코스 따라 꽁무니 쫒아 돌고나올 이른바

깃발 관광이야 애시당초 관심 밖이니...


나야 이 나무만 보면 된다.

그리고 어디쯤이면 나무가 끝인지 전에 와본 적 있으니

적당한 장소에서 다시 돌아 나온다. (그 다음은 잣나무다.)


 

2


 

3


 

4


 

5 무수한 튤립꽃과 봉오리들이 잘 보이시나? (두번 클릭하면 원본이 뜨는데^^)


 

6



아쉽다. 햇살이.

박재삼 시인의 미루나무 찬가만큼이나 빛날 이 경관이

이 시간에는 여기 없다. 가을에도 없더니.

 

아, 언제 빛 밝은 아침나절 또는 이른 오후에 다시 와보나?

잎 피는 신록의 계절에.

꽃 피는 지금 계절에.

노랗게 단풍든 계절에...

 

 

“빛나는 景觀”         -박재삼



저 푸르고 연한 미루나무의

눈부신 잎사귀에

바람은 어디서 알고

여기까지 찾아와서는

끊임없는 희롱을 하고 있는가.

이런 범용한 것을

사람들은 예사로 보고,

어떤 정치적 사건에는

그 한때에 머물건만

그것을 들고 큰 야단이네.

천년이고 만년이고

한결로 이 빛나는 경관이

한 옆에 있길래

죽고 나면 못 볼 이것을

넋을 잃고 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막상 어디 있는가.



- 시집 ‘꽃은 푸른 빛을 피하고'(민음사) 중에서

 

 

<대청호 상류 초지>


 

하나의 소득이라면 청주공군사관학교 지나고

청주공항 쪽으로 직진하면 청주시내를 우회하여

바로 중부고속도로 오창IC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이제까지는 매번 충주시내를 가로질러 서청주IC에 접속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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