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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 편지

우두망찰 2012. 5. 22. 09:31

 

 

 

 

 

 

 

 

 

 

 

 

 

 

 

 

 

 

푸름도 변해간다.

 

오월 한 달 기회 있을 때마다 밖으로 나다녔다.

마치 자석의 양극처럼 꽃이 피고 새 닢 날 때부터

끌리는 마음 굳이 외면하지 않고 순순히 응하며 생각했다.

 

 

 

 

 

 

 

 

 

 

 

이 봄에는,

꽃피고 새싹 돋는 이 봄에는

그 어디보다 우선 숲으로 가는게 좋겠다.

그리고 가능한 걷는게 좋겠다. 될수록 느린 걸음이 좋겠지.

사람이 많든 적든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굳이 이름날 필요는 없고, 오지일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가급적 좀 한갓지고 조용한곳이 좋겠지.

이 넘치는 생명, 환희의 잔치를 찬찬히 보고 음미하려면

 

 

 

 

 

 

 

 

 

 

근 한 달

이 여린 푸름의 변화를 지켜보노라니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사람의 젊은 시절 청춘을 보는 것 같다.

생각해보라, 아니 기억해보라. 젊음의 푸른빛이 얼마나 다양한 색깔이었던가를.

얼마나 다채롭고 변화무쌍하며 새록새록 빛나는 기쁨이었던가를.

 

 

 

 

 

 

 

 

 

 

 

 

 

 

 

 

 

 

 

 

 

 

 

지나고 나 하는 말이다. 아시다시피.

청춘의 통과의례는 그렇게 만만치 않고

그 안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으므로

 

 

 

 

 

 

 

 

 

 

 

 

*

 

오랜만에 영화 하나를 봤다.

건축학 개론

세상이 어떠하든 내 시간, 내 사정, 내 정보, 내 구미 안테나에는

별 흥밋거리가 아니었는데 어느 날 지인과 무심코 댓거리를 나누다

그야말로 가가가가쯤 되는 장소, 거기 영화를 만든 이가 있어

기억의 습작? 새삼스레 흥미가 동한 영화.

 

 

 

 

 

 

 

 

 

 

 

 

 

하지만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이 말고는 하나도 없이 그냥

백지로 본 영화. 그렇지만 관객 수에 따른 세간 평가에 대해 어떤

선입적 기대치는 분명 내게도 별로 이롭지 못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쁜 영화. 어쩌면 일본? 동화같은 영화다.

스토리텔링은 본지 며칠되지 않았는데도 별로 남지 않는걸 보면

그냥 주변 흔한 얘기인데 왜 관객의 호응도가 높았을까?

멜로드라마 사상 첫 400만 관객이라니.

 

 

 

 

 

 

 

 

 

 

 

 

 

 

 

그 첫 번 이유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내 집을 (갖고)짓고

싶다는 열망하나를 갖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아파트 말고.

은퇴 후 집 말고. 주말주택, 세컨 하우스, 꿈만 일지라도.

첫 사랑을 품듯, 가만히 각자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그 답이 거기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영화의 덕목이 건축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가치의식

크고 화려하고 이름 있는, 소위 랜드마크 쯤 되는, 미술관 박물관 예배당

같은 전통과 역사성이 담보된 건물만 눈에 들어오고 가치를 부여하든 습관

타성에서 주변 일상 평범한 건물, 작은 집들의 본질적 가치를 보는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더불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 친근감의 발견은

덤이었을 테고.

 

 

 

 

 

 

 

 

 

 

 

 

 

영화의 크라이막스쯤 되는 부분에 남자주인공이 바다로 향한 커다란 거실 창을

본 때 있게 열어 제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야말로 창 넓은 집.

(조용필이가 창 넓은 찻집인가를 부른 70년대? 80년대? 최성순가? 김성순가?)

그 감정의 연장선상이 배태한 것 같은, 내 시골 집 같은 작은 집에도 저런 크고

시원한 창을 낼수있겠구나 하는 그야말로 한을 푸는 것 같은 시원함. 거침없음.

그런데

 

 

 

 

 

 

생각해볼게 하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과연 창은 저래야 하나? 저렇게 커야 하나? 저만이 최선일까?

중간을 의지할, 피로를 받쳐 줄 기둥하나 없이 마음만으로 마음껏 달려간 해방

그 다음은?

내가 창을 조금만 열고 싶을 때 저 폴더의 한쪽만 열어도 충분할까?

일망무제 좋지. 하지만 봄가을 조금씩 조금씩 미풍이 비단결처럼 나누어 골고루

흘러들어와 북사면 천창으로 빠져나가면 좋겠어.

그리고 태풍이 분다면? 여름 날벌레, 파리모기는? 난방비는? 세상 공짜는 없댔는데~

아니야 누가 뭐래도 창은 창답게 시원시원 가로막지 않는 미덕이 우선이야. 내 생에

특별함 하나가 필요하듯. 그로 하여 내 정서가 풍요롭고 마음이 위안을 얻는다면

댓가를 지불할 가치가 있지. 무릇 비범은 흔치 않고 귀해

단지 취향의 문제일까? 편리, 기능의 문제일까? 작고 소박한, 일상적 가치는?

정답은 있을까? 용도에 따라 달라질까?

 

 

 

 

 

 

 

 

 

 

 

건축은 예술이다.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건축의 노벨상이란 프리츠커상 1회수상자인 필립존슨이란 이는 이리 말했는데

단지 영화를 위한 장치일까? -드라마틱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의 취향?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 설계를 한때? 업으로 한 작가(감독)는 건축에 대한 애정을

잔잔히 풀어놓으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주관을 뚜렷이 갖고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로서 나는 엄태웅이란 배우가 배우구나 하는 이상한 안도

기쁨을 발견한 영화이기도 하다.

 

 

 

 

 

 

 

 

 

 

 

 

**

 

 

이 푸름도 이제 다 되었다.

이 색은 곧 한결같은 푸름으로 죽을 것이다. 죽다.

무채색이 되는 것이다. 익숙함으로. 오랜 연애, 결혼생활처럼 변화 없는

한결같음으로 푸름은 죽어 색즉시공이 되는 것이다.

색이 멸하니 공.

, 빌 공. 아니고는 한결같을 수 없고, 한결 같자니 회색.

이 회색은 또한 다 타버린 재, 재색과 동의어, 무색이기도 하다.

 

 

 

 

 

 

 

 

 

 

공즉시색.

항상 반전은 있는 법 ^^

법하니 제법무상이고 또 제행무상, 이러며 결코 끝내지 않을 것 같다. 공전. 윤회?

그렇다고 이 푸름을 외면할까?

결국 죽을테니 그만 여기서 끝내야할까?

순응하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대로

봄이면 봄을 즐기고 가을이면 가을을 받아들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꽃을 버리듯 언젠가 나는 이 푸름도 버리겠지만 기쁨으로 감사함으로.

물, 공기. 무채색. 무심함.

다만 그 사이 긴 여름, 겨울. 삶처럼 여전히 문제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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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부록

위 사진은 강원도 양구 광치계곡 5월19일 정기소풍

아래는 돌아오는 길 펀치볼 대신

새로난 도로에서 바라본 석양, 일모, 춘천분지의 20분간 모습입니다.

시간순.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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