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 단청
백련사를 찾았다.
요즘 절집들의 왠지 사나움으로
저 멀리 숲 너머 건너기까지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지난번 대관령.
월정사 전나무 숲에나 들었다 하루를 마무리하자 사처눤을 준비했는데
혼자서도 팔처눤이라 해-주차비사천, 관람료사처눤- 두말 않고 돌아선)
‘동백 숲도 있고~’
*
산문을 들어서자 늙은 백구
탈속의 표정으로 와불인양 누워있는 거기 사천왕자리
다실에서 마침 나오다 눈길 마주친
늘그막하신 보살님, 사진 작가시냔다.
아니외다. 저야 그저 지나는 장삼이사 과객일뿐.
그람 우리 주지스님 茶에 대한 공부가 깊으신데 마침
계시니 다실로 드셔 차나 한잔 공양하고 가시면 어떠하리오?
감사하기 그지없소이다. 하지만 일행이 있어 상의한 후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놓고 바로 이 단청에 빠져
한동안 넋 놓고 바라보니
어쩌면 저리 이쁠수 있을까?
내가 본 단청 중 아마도 최고인걸.
실은 단청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적도 별로 없구나.
음, 배경이 아마도 무채 자연 나무색 때문이어서겠군
한 꺼풀 숨죽인 저 은근함도 그래서 더욱 돋보이고
사람도 이쁘네.
저 남정네.
표정으로 가늠해보니 적어도 나보다 무게 열근은 더 나가겠어.
무릎 굻고 절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거든.
너처럼 셈 많은 자는 특히.
그리하여 또 색(단청)에만 빠져있다
탈색 할 방편은 구하지 못하고
남 기도하는 뒤켠으로
소몰이나 구경하고(심우, 견우.... )
귀한 인연 외면했으니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다 때가 맞지 않아서인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