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눈발도 가늘어지고
톨게이트 징수원이 출구 쪽 방역작업으로
많이 밀릴거라 했지만
그렇다고 이 눈에 가파른 고개를 넘을 수도 없고~
길고 지루한 터널이었다.
그래서 밤 세운 운전과 아침 반주 여파로 잠시 졸았는데
‘터널을 빠져나오자 온통 눈 세상이었다.’
이 구절은 저 유명한 雪國의 첫 문장이다.
그랬다.
영을 넘으면 예보대로 말가니 딴 세상일거라 짐작했는데
웬걸, 이건 난생 처음 대하는 눈이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산속에 눈은 어찌 이리 차분히, 사뿐히
그리고도 속수무책으로 내리느냐. 대체 누구마음 누구 화신이라고~
세상은 온통 눈오는 그림자에 묻히어 적막하고, 꼼짝 않는 차.
눈송이 밀도로 카메라는 아예 초점을 잡지 못해 AF에서 MF로
몇 장 담아봤지만 온통 뿌여니 그 감흥커녕 혼돈스럽기만 하고
창문을 내리니 천지에 가득한 눈 소리. 눈 내리는 소리.
내 어릴 적 눈 오는 날 뒤란 대숲길 강아지와 이후
이리 소란하고 차분하고 들뜬 이율배반적 소음은 처음이었으니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그 별유천지에서의 30분
<눈 그친 후>
소양호 상류까지 물이 그득하다.
그 자리 - 여름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통제불능의 이 동시 3가지 인자가 만들어낼지도 모를
미지의 제3이 이제 숫제 두렵기조차한데
지지난핸가 EBS 다큐
OUR DAILY BREAD-일용할 양식의
인간에 의해 규격화 상품화 물질화되는
식물, 동물, 뭍생명들의 원성
인간본위 수단화되는 생명경시풍조에
자연이 보내는 경종일진데~
긴하루
2011년 1월1일
어떤 새해 첫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