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상춘

우두망찰 2010. 4. 26. 18:31

 

 

 

 

 

 

 

 

 

 

<세상에서 가장 구슬픈 노래를 부르는 사내>

 

 

 

 

 

 

 

 

단 하루 사이

삽시간에 한달을 건너뛴 감이 없지 않지만

여기는 봄이 한창이다.

(도심에서는 봄이 이미 지났고, 한걸음 벗어난 이곳은 만춘

거기서 한발짝 더 물러선 그제의 교외는 이제 시작이니~)

 

잠도 일찍 깼는데 아침 여섯시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여덟시, 미적거리다 아홉시

경내를 차로 한바퀴 둘러본 후

빛을 잡기엔 이미 늦었다는걸 감지하고

서둘지 않고 다시 입구로 내려와 주차하고 느릿느릿 걸어오르다.

볕은 따갑고 나들이 객도 늘어나는데

잠시 한땀을 들이려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갑자기 쉰 목소리

늘어진 태엽이 풀리듯한 소리

금관? 목관? 어쩧든 혼(Horn)소리

지구 끝, 아니 지구별 그늘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멀고 아득한 소리.

좀처럼 자리를 뜰 수가 없었는데

지나고 생각하니 진득이 한시간 내~ 앉아있는게 더 좋았을뻔했다.

과천 현대미술관 야외 조각전시관 마당

작품 이름은 위에 내가 지은것같이 감정이 과잉된 제목이 아니고

노래하는 사내? 사람?

노래하는 시간이 하루 몇 번이라고 안내판에 써 있는걸 보았는데~

귀에 이어퐁처럼 붙어있는 저 구동체가 천천히 회전하며

입이 상하운동을 하고 거기맞춰 느리게 음악이 나온다.

(동영상으로 찍었으면 더 좋았을것을~)

단순한 두 소절 맬로디의 느린 반복

 

다음에 꼭 들으러 갈것 같다.

 

 

 

 

 

 

 

 

  

 

 

 

 

 

 

 

  

 

 

 

 

 

 

 

 

 

 

 

 

다음

정물같은 이

미술관 옆 동물원

으로 들지않고

철책쪽 쪽문을 나서니

이름도 거창한 삼림욕장

 

약 4km를 가다 멈추다 느리게 걸었는데

온통 연세지긋한 시니어판이라

가만히 들어봉께 온갖 애환이 다 들리더군.

늙는다는건 서러운 일이여.

바로 옆 지척 동물원 내 젊고 기쁜 상춘인파 소음과 너무 동떨어져

착잡한 마음인데

 

 

 

 

 

 

 

 

 

 

 

 

 

   

 

 

 

 

 

 

 

 

  

 

 

 

 

 

이 호수를 만나

 둘레길을 버리고 다시 철책 속 영내로 복귀.

한낮의 볕도 너무 따갑고

아무래도 발걸음이 불편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이거야 원~   ㅉㅉ ?? 

 

 

 

 

 

 

  

 

 

 

 

 

 

 

 

 

 

 

 

 

 

 

 

 

봄은 농익어 여기저기 마구 터지는데

애써 외면하고

허위허위 식물원 들러

 

 

 

 

 

 

 

 

 

 

 

 

 

 

 

 

아래 세상으로 내려오니

이로서 내 몫으로 주어진 이 봄은 그런대로 누린셈이나

 

 

 

 

 

 

 

 

 

 

 

 

 

 

 

 

 

 

 

 

 

 

 

집에 와 마눌님게 자초지종 그 사연을 이야기하니

ㄲ ㄲ 혀를 차며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쏘?)

"뭐 할라꼬 그리 부랴부랴 나갔쑤?"

 

 

글쎄 뭐 할라꼬 그리 허겁지겁 나갔을까?

기실은 신발 두짝 다른걸 신고 미친놈처럼 하루 죙일 쏘다닌 것이니~~~

 

 

(하나는 경보행화 한짝은 중 등산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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