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구슬픈 노래를 부르는 사내>
단 하루 사이
삽시간에 한달을 건너뛴 감이 없지 않지만
여기는 봄이 한창이다.
(도심에서는 봄이 이미 지났고, 한걸음 벗어난 이곳은 만춘
거기서 한발짝 더 물러선 그제의 교외는 이제 시작이니~)
잠도 일찍 깼는데 아침 여섯시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여덟시, 미적거리다 아홉시
경내를 차로 한바퀴 둘러본 후
빛을 잡기엔 이미 늦었다는걸 감지하고
서둘지 않고 다시 입구로 내려와 주차하고 느릿느릿 걸어오르다.
볕은 따갑고 나들이 객도 늘어나는데
잠시 한땀을 들이려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갑자기 쉰 목소리
늘어진 태엽이 풀리듯한 소리
금관? 목관? 어쩧든 혼(Horn)소리
지구 끝, 아니 지구별 그늘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멀고 아득한 소리.
좀처럼 자리를 뜰 수가 없었는데
지나고 생각하니 진득이 한시간 내~ 앉아있는게 더 좋았을뻔했다.
과천 현대미술관 야외 조각전시관 마당
작품 이름은 위에 내가 지은것같이 감정이 과잉된 제목이 아니고
노래하는 사내? 사람?
노래하는 시간이 하루 몇 번이라고 안내판에 써 있는걸 보았는데~
귀에 이어퐁처럼 붙어있는 저 구동체가 천천히 회전하며
입이 상하운동을 하고 거기맞춰 느리게 음악이 나온다.
(동영상으로 찍었으면 더 좋았을것을~)
단순한 두 소절 맬로디의 느린 반복
다음에 꼭 들으러 갈것 같다.
다음
정물같은 이
미술관 옆 동물원
으로 들지않고
철책쪽 쪽문을 나서니
이름도 거창한 삼림욕장
약 4km를 가다 멈추다 느리게 걸었는데
온통 연세지긋한 시니어판이라
가만히 들어봉께 온갖 애환이 다 들리더군.
늙는다는건 서러운 일이여.
바로 옆 지척 동물원 내 젊고 기쁜 상춘인파 소음과 너무 동떨어져
착잡한 마음인데
이 호수를 만나
둘레길을 버리고 다시 철책 속 영내로 복귀.
한낮의 볕도 너무 따갑고
아무래도 발걸음이 불편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이거야 원~ ㅉㅉ ??
봄은 농익어 여기저기 마구 터지는데
애써 외면하고
허위허위 식물원 들러
아래 세상으로 내려오니
이로서 내 몫으로 주어진 이 봄은 그런대로 누린셈이나
집에 와 마눌님게 자초지종 그 사연을 이야기하니
ㄲ ㄲ 혀를 차며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쏘?)
"뭐 할라꼬 그리 부랴부랴 나갔쑤?"
글쎄 뭐 할라꼬 그리 허겁지겁 나갔을까?
기실은 신발 두짝 다른걸 신고 미친놈처럼 하루 죙일 쏘다닌 것이니~~~
(하나는 경보행화 한짝은 중 등산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