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선자령, 하늘위를 걷다

우두망찰 2009. 8. 28. 14:55

 

 

 

 

 

 

 

 

 

 

 

 

 

 

 

  

은 좋지 못했다.

 

여주를 지나면서 새벽의 그 선명함이

박무에 뿌옇게 흐려지는 전형적 여름 날씨로의 이행을 보고

일말의 아쉬움을 느낀다. 


아침 일찍 출발한 것이다.

소풍을 앞두고 새벽잠을 설친 나도 그러려니와

보통은 5시, 어떤 이는 4시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였을 것이다.

아니다. 더 엄밀하게는 지방에서 올라왔으니 

출발은 정작 어제 밤부터였던 셈


장거리의 불편을 덜려 당초 계획은 차량 두 대였는데

누가 말리랴 함께 담소하는 즐거움이 편안함을 능가하니

옹기종기 

희희낙락 

모여갈 밖에.


중 누가 전생에 큰 덕을 쌓은 이가 계신가봅니다.”

횡성휴게소, 수직고도를 100m쯤 높이자

창밖 풍경이 수런수런하는듯하더니 홀연

시계가 맑아짐을 느낀다. 날이 다시 개이는 것이다.


목적지, 고원에의 도착시간이 열시언저리.

하루가 고스란히 남아 전경으로 펼쳐지는데~


“시간도 넉넉하니 우선 제가 아끼는 루트를 먼저 답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용평스키장 입구에서 좌회전


‘산의 늑골을 파고들면 거기 담낭 같은 호수하나’

‘길의 흰 깃대에 메달려 푸른 배추밭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이런 감수성으로 찬탄하는 이들과의 동행이라니

그 천지간에 우리밖에 없다니


나로호 발사는 내일 모레

먼저 우주선 창을 열면

하늘은 저만큼 높아지고

구름 따라 높아져 양떼가 수만마리

양떼목장은 가지 않아도 되겠네.

 

 

 

 

 

 

 

 


그리하여 양떼목장은 가지 않았고

(너무 붐볐다.)

다시 연이 있는 집 앞 막국수 집.

가마솥 위 기계틀을 차려 눌러 내린 담백하고 부드런 맛을 기대했으나

밀려드는 행락객으로 질은 이제 포기한 듯

양산된 공장제 면을 쓰니~~


이 마을도 마찬가지.

하얀 파이조각 집 앞으로 순박한 배추밭이 처음처럼 그대로였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야말로 생존 때문인지 서버이벌 게임장으로 파헤쳐지고

산악 4륜 오토바이에 깊어지는 상흔

거기다 국적 없는 이 모방건물과 양 잔디는 어떻고~

 

 

 

 

 

 

 

 

 

 

 


찮다.

~

그거 보러 오지 않았으니

길가 자작나무 그늘은 여전히 짙어 그 속마음은 더욱 흰데

길섶으로 한길이나 자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보라색 풀꽃들을

길을 잘 못 들어 보지 못함은 못내 아쉬움.

 

 

 

 

 


하늘은 뭐 할라꼬 저리 푸를꼬?

버스를 타고 고원에 도착하니

“ ‘저 뱀의 뱃바닥같은’ 능선 길을 걷는 겁니다. 안 보일 때까지. ”

 

 

 

 

 

 

 

 

 

 

 

 

 

 

 

 

 

 

 

 

 

 

 

 

 

 


꿈에 부풀어 있는데

금지란다. 

규정이 바귀어

참 내, 누가 그런 쓸데없는 규정을 만들었는지

다시 못내 아쉬움을 느끼며

정해진 길로 스카우트들처럼 걸어 내려오자니

안 걷는거보담야 낫다마는~~

산티아고 가는 길

비슷한 흉내는 내볼 수 있었는데~

 

 

 

 

 


그리하여 걷기 편하도록 날이 흐려지고

다시 빗방울이 적당히 흙길을 다독거려 논 길을 따라

상원사로 가 느릅나무를 보고

월정사 전나무 길을 걸어

 

 

입구 산채식당에 도착하니

어스름

날은 다시 개어 밤하늘조차 시리도록 푸른데

은빛을 발하는 푸른 아스크림콘 같은 원추형 건강한 전나무 잎새

딱 30년 되었다고

무릎까지 오는 어린 유목을 심어 저리 자라기까지 딱 30년 되었다고

자기가 다 봤노라고 덧붙여주는 쥔장

 

 

 

 

 


아오는 차 안

누가 조용히 시작한 노래 한 자락이

어둠 속

정적 속

여일한 자동차 기계음 속에 울려 퍼지니

한 순배 돌고

또 한 순배 돌고


반주 없이 박자 없이 읊조리는

해변의 조르바 노래 같고 춤 같은~


 

 

 

 

 

그 길에서 주은 돌배열매

 

맛 보셨나 모르겠다만~

 

 

 



<8월 걷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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