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로 모 대학에 갔다 나오려는데
시간 있으면 얘기나 더 하다 가란다.
그래 눌러앉아 첫 대면의 어색함을 추리기 위해
자연스레 좀 전 나누던 식물얘기가 죽 이어졌는데~
(둘 다 전공은 제쳐두고^^)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한 이 연만한 工大교수분의 연구실에
이외로 식물화분이 가득하다.
그것도 그런 장소에 으레 있을법한 난이나 열대관상식물이 아닌
목화나, 치자, 기타 보기는 좀 빈약해 보이는 이름모를 초본류들.
손수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도 한잔 타주며
한 삼십분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다 나왔는데~
나올 때 씨앗 세 개를 종이에 꼭꼭 싸 주었다.
그러고는 잊어버렸다.
약 두 달 전의 일.
바쁜 일중 한가한 틈에 지난겨울 파종한 봉숭아가
좁은 화분에 엄청나게 키가 자라 부실한 영양으로
누렇게 비틀거리며 꽃을 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던 차
눈 질끈 감고 매스로 깨끗이 정리하고
그 육신의 잔해가 스러질 즈음 그 터전 위에다 행여나 하고
책장 한구석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던
그 씨를 심었다.
꼭 고추씨만한 놈.
솜털에 싸여 아무런 무게감 없이 빈 쭉정이 같아
싹 나리란 기대 전혀 없었는데
오, 놀라워라!
그 중 한 녀석이 싹을 틔웠다.
바로 미모사란 놈.
내가 순 깡촌 산골국민학교 1학년 시절에
한 학년 한반밖에 없던 그 손바닥만한 벽지 촌학교 교장 승생님이
마찬가지 손바닥만한 유리온실 하나를 짓고 당신아이들을 불러
자랑스레 보여주던 그 잎사귀 오므리는 신기한 나무?
풀
미모사
이 어린놈도 분명히 움츠린다.
건드리면. 벌써 이렇게~^^
그 씨는 그분이 실내라 붓으로 인공수정시킨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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