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겨울-눈속으로4

우두망찰 2006. 12. 20. 14:38

 

 

 

 

 

 

 

 

 

 

 

 

 

 

 

 

 

 

이야기가 있는 숲

 

 

 

 

그런데 이 나무(참나무)들은 속에다 철심을 박고 있다.

이 동네로 이사 온지가 어언 십년이 넘었으니

돌이켜 그 초창기 시절을 생각하면

누가 장사를 하다 쳤는지. 밭 경계로 쳤는지

철조망을 두르고 있던 모습.

 

 

 

 

 

사람은 떠나고 (무허가 영업은 금지되고)

철조망들은 많이 걷혔지만 그래도 너무 깊이 박혀

제거의 때를 놓친 몇 올이 질기게 남아

살 속을 파고드는 아픔을 참고 있는 것이니~~~~

 

 

 


****

예전

시골 우리 집에는 소두바리(송아지 놀때)

도야지 두바리 (새끼칠 땐 한 20바리)

달구 열댓바리(새봄 병아리 깔 땐 한 소쿠리)

그리고 마루 밑엔 독구, 워리 개 두 마리 (새끼칠 땐 일여덟바리)

 

 

 


물론 똥개.

나는 이놈들을 증말 조아했다.

월매나 조아했냐믄~

엄니가 장에 갈 땐 일년에 꼭 한번은 나를 데불고 갔었다.

왜냐면 강쉐이를 팔러 장에 가려면 내가 있어야 하므로.

몰고 갈수도, 이고 갈수도, 그렇다고 버스도 없었으므로.

나를 데불고 가면 녀석들은 자동 빵으로 따라오므로.

 

 

 


고개 하나 넘다 개암나무 열매 유혹에 빠져 시간을 지체하더라도.

삵괭이 오줌 질긴 냄새에 그 놈들이 얼어 꼼짝하지 않을 때에도.

분명 내가 있어야 수습이 되므로.

 

 

 

 

 

그때 부르던 소리.


“독구독구, 워리워리.”


지금도 들린다.


*

 

내 강쉐이 어딘냐고 돌아오는 길 투정 부리면

엄니 손에서 왕눈깔 사탕 나오더란 거래의 법칙을

이미 설핏 알았던 영악한 나는

순정을 판 나는

그때도 참 못된 놈이었음이 분명하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강아지를 낳아 녀석들이 겨우 눈뜨고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나는 그놈들이 무슨 유명한 진돗개, 세파트나 되는 양 착각하여

훈련시킨단 명목으로 그 중 가장 잘 생기고 튼실한 놈 다리에다

비료 푸대 그 질기디 질긴 실을 묶어 놓았었는데~~~.

 

 

 

 

 

 

그러고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녀석들이 제법 기세 좋게 뛰어다닐 무렵

한 녀석이 잘숨 잘숨 저는 것이 보였다.


“저 녀석이 왜 저러지?”

 

 

 

 

 

그러고는 또 잊어버렸다.

 

 

 

 

 

 

 


얼마 후 형제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그 녀석은,

멀리서도 뭔 사단이 났다는 걸 금방 알아 볼 만큼

절룩거렸다.

 

 

 

 

 


그래 자세히 보니

아뿔싸!

 

어릴 적 내가 쏜 화살.

아니, 그 비료푸대 질긴 실이

녀석의 살을 파고 들고 있는 게 아닌가.

 

 

 

 

털에 가려 그간 표가 나지 않았지만

녀석의 피부는 이미 가죽을 뚫고 둥그렇게

상하로 절리까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황급히 가위로 실을 짜르고,

아까징끼도 없어 흙을 대충 뿌려 치료를 마치고는~.

.

.

.

그래서 어캐 되었냐구?


 

 

 

 

물론 그 후로 잘 아물고 잘 자랐다.

 

 

 

 

 

 


후 로 녀석은 이 대장의 후견으로

우리가족으로 입적되어 

종의 번식과 가계에 보탬이 되며

계속 나의 좌청룡 우백호로서의 지복을 끝까지 누렸다.


  

 

*

요즘 근교 산을 가면 등산안내문 묶음  나일론줄이나

새로 심어 부목을 댄다 얽어매 놓은 고래심줄같은 검은  고무줄들을 본다.

 

 

 

 

 


나무는 자라는데.

 

그 질긴 심줄들은 명이 다하지 않아

나무 살 속으로 파고들어 고통이 되는 걸 본다.

 

 

 

 


그때의 그 기억이 하, 생생해.

나는 주변 사람들이 지나기를 기다려 나무에 맨

그 비료푸대 실 같은 나일론 줄, 고무줄을 가끔 풀어주는데.

 

속죄의 심정으로~.

 

 

 

 

 

이 나무를 지날 때마다

나는 괜스레 미안하고 후회도 된다.

“좀 구찮더라도 그때 뺀찌를 가져왔어야 하는건데....” 


 

 

 

 

 

 

 


 

아, 지금도 생각난다.

녀석들의 그 선한 눈망울들이.

온몸으로 기대오던 그 신뢰의 느낌들이.                          - 예전에 쓴 글.

 

 

 

 

 

 

 

 

 

 

 (전편 멀리서보던 두그루 참나무는 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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