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겨울-싹

우두망찰 2007. 1. 22. 19:38

 

 

 

 

 

 

 

 

직원 한명이 그만두며

책상을 정리하다 발견한 묵은 꽃씨 한 봉지를 털어

빈 화분에다 뿌리고 갔다.

사람은 가고 없는데

그 빈자리서 풀이 나 자란다.


이 계절 푸른 풋풋함을

보는 재미가 여간치 않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가 따로 없구만.’

여리디 여린 녀석이었다.

그래서 늘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저 놈이 자라 꽃이라도 한 송이 제대로 피우려면

적당한 때 동료를 모두 베고 한 두 그루만 남겨야 할 텐데....’

인생은 선택일까?


선택당하는 것일까?

꼭 선택해야만 하나?

선택당하지 않으면 살 수 없나?

꽃은, 열매는 꼭 피우고 맺어야 하나?

 

 

 


잎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어울려 더욱 아름다운데

선택하고 선택받고

버림받고 버리고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모든 생명이 꽃피우고 열매 맺어야 한다면 그도 참 따분하고 지겨운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 무순, 알타리, 어중간 얼갈이.

꽃피고 열매 맺으면 굳이 못 쓰게 되는 무 배추도 있는데~


싱그럽게?


모든 요소를 긍정하며 살 일이다.

쓰임이 다르고 정점이 다르고 가치가 다른데

녀석의 말처럼 꼭 결혼하고 아이 낳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푸르고 여린 이 생명을 모두 한번 키워보기로 마음먹는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목적이 굳이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일이 아니므로

그때그때 존재 이유가 분명하도록 보살피고 도와주고 ~

 

싹을 틔우며, 꽃을 피우며, 열매 맺으며 

그 변신 창조의 순간의 맞는 고통과 희열 아픔과 열락

새로운 세계, 선지자의 개안을 나는 후회할까?

그건 지켜볼 일.

서로 짐이 되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므로

지금 예단할 필요는 없다.

그도 나도 지켜볼 따름.

 

 

 

<봉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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