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명이 그만두며
책상을 정리하다 발견한 묵은 꽃씨 한 봉지를 털어
빈 화분에다 뿌리고 갔다.
사람은 가고 없는데
그 빈자리서 풀이 나 자란다.
이 계절 푸른 풋풋함을
보는 재미가 여간치 않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가 따로 없구만.’
여리디 여린 녀석이었다.
그래서 늘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저 놈이 자라 꽃이라도 한 송이 제대로 피우려면
적당한 때 동료를 모두 베고 한 두 그루만 남겨야 할 텐데....’
인생은 선택일까?
선택당하는 것일까?
꼭 선택해야만 하나?
선택당하지 않으면 살 수 없나?
꽃은, 열매는 꼭 피우고 맺어야 하나?
잎도 충분히 아름다운데
어울려 더욱 아름다운데
선택하고 선택받고
버림받고 버리고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모든 생명이 꽃피우고 열매 맺어야 한다면 그도 참 따분하고 지겨운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 무순, 알타리, 어중간 얼갈이.
꽃피고 열매 맺으면 굳이 못 쓰게 되는 무 배추도 있는데~
싱그럽게?
모든 요소를 긍정하며 살 일이다.
쓰임이 다르고 정점이 다르고 가치가 다른데
녀석의 말처럼 꼭 결혼하고 아이 낳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푸르고 여린 이 생명을 모두 한번 키워보기로 마음먹는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목적이 굳이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일이 아니므로
그때그때 존재 이유가 분명하도록 보살피고 도와주고 ~
싹을 틔우며, 꽃을 피우며, 열매 맺으며
그 변신 창조의 순간의 맞는 고통과 희열 아픔과 열락
새로운 세계, 선지자의 개안을 나는 후회할까?
그건 지켜볼 일.
서로 짐이 되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므로
지금 예단할 필요는 없다.
그도 나도 지켜볼 따름.
<봉숭아?>
'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나무1 (0) | 2007.03.30 |
---|---|
NOW ASIA -Buildings (0) | 2007.01.24 |
겨울-눈속으로5 (0) | 2006.12.21 |
겨울-눈속으로4 (0) | 2006.12.20 |
겨울-백양나무를 말함 (0) | 2006.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