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새파란 바다. 바람이 불었고 햇볕은 얇았고 그늘은 깊었다. 해는 저 멀리 남쪽으로 기울어 반대편을 보고 있었으므로 그림자가 줄기처럼 길다. 아무도 없었다 십리포 천리포 만리포 숲은 깊고 해안은 아물하고 바다는 아득하고~ 마음은 더욱 까마득하다 쓸쓸하다 외롭다 춥다 겨울이다 아프고 맑고 시.. 보기 2006.12.11
남쪽바다-1 (1~3) 1.오늘 난 한 마리의 고기를 잡았다. 날씨는 맑았다. 바다는 좀체 실체를 들어 내지 않으려는 듯 완강히 푸르다가, 멍든 듯이 검게 푸르다가 한낮 햇살에 겨우 몸이 풀려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이윽고 나중에는 웃기까지 하였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바다의 기색을 살폈다. 물빛이나 파도의 높이, 조류의.. 걷기 2005.09.16
남쪽바다-2 (4~7) 4.오후에는 맥낚시를 하기로 했다. 이건 비과학적 비문명적 낚시기법이다. 그러나 보다 철학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 전에, 나는 아쉬운 듯 웃통을 모두 벗어 땀을 말린다. 논 슬립 핀이 박힌 갯바위 장화를 벗고 양말도 벗어 밀폐되어 눅눅해진 발을 드러내어 말린다. 시원하다. 일시에 땀이 가신.. 걷기 2005.09.16
남쪽바다-3 (8~11) 8.살림망 속에서 마지막 잡은 한 녀석도 그렇게 한다. 잘 가라. 산다는 것도 이런 건지 모르니. 바빠지는 마음을 다스리며, 나는 마지막 일몰을 완상하려는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는 시간의 실체가 가장 분명히 보이는 때가 지금이리라. 거침없이 유연하게. 태양은 그 옛날 군주들처럼 한낮동안은 .. 걷기 2005.09.16
남쪽바다-4 (12~13) 12.만월이 떠 있었다. 육지는 바다와 친해지려는 듯 낮게 엎드려 있었고 해안은 굴곡이 심하여, 내가 있는 곳은 깊숙한 내만. 그래서 바다는 밀려났다 다시 들어 올 때에는 멀리서부터 흰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악동처럼 그 길목의 온갖 쓰레기들을 깃발처럼 흔들며 들어오곤 했다. 그러나 물은 맑고.. 걷기 2005.09.16
남쪽바다-5 (~) 14.아침엔 심하게 안개가 끼었었다. 어제 날씨가 너무 푸근하여서인가? 나는 어젯밤의 그 미몽과도 같은 안개 속을 헤메이며 낚시를 하였다. 안개 낀 날은 날씨가 맑다는 상식적인 기대를 갖고서. 안개는 열 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걷히며 첫 햇살이 바다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빛이며 색깔이 어젯밤 .. 걷기 2005.09.16
당신의 바다 당신의 바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바다를 어찌 부르는지 궁금하다. 세상에 모든 말들의 바다가 어떤 소리인지도 궁금하다. 여기말로 바다. 말하고 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영국말로 씨. 오션인가? 중국말로는 海. 洋? 그러나 어찌 읽는지 모른다. 그래 입이 열리지도 않는다. 일본말로 프랑스말.. 걷기 200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