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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우두망찰 2005. 11. 2. 19:57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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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해야지


다음週부터


슬퍼해야지


딱 한 달만


슬퍼해야지


딱 한 달만


冬至까지만


그때까지만



*

이제 됐어 그간


참은 것들


쌓인 것들


미룬 것들


견딘 것들


그리하여


할 바를 다한 것들


묻어버리고


새 생명. 이윽고


한 뼘씩 길어지도록


지금은 슬퍼할 때



**

작년 이맘때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정신없이 허둥거리다보니 어느새 11월.

이럴 수만은 없지. 억지로라도, 한 달만이라도 묵언을. 이리 생각하고

끄적인 것인데. 웬걸 경황없기가 올해는 더하다.

그나마 글을 써 본지도 언제든가...


그러나

이 해가 가기 전 하나는 해야 한다. 그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므로

마무리는 짓도록 하자.


한 장소(땅)에 대한 내 일년간 관찰의 느낌은 둔중하다.

섣불리 말할 수 없다. 재주 없음이기도 하려니와 왠지 그래선

안 될 것 같고, 그러면 꼭 친구를 배신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므로.

대체로 일년, 나는 거기를 혼자서 다녔다. 오가는 길뿐 아니라

가서도 한참을 거기는 한적하고 고즈넉하여 쓸쓸하였으니

할 수 없이라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가슴을 넘나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비밀을 많이 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서로를 믿고 털어 논 것처럼 묻자. 조용히. 존중해 주자. 그가 그러는 것처럼 나도.  

서로의 사슴에 영원한 훈기가 되도록.


*

이제부터 나는 그의 4가지 표정을 보여줄 것이다.

어찌 그 다양함, 무궁무진을 두고 잔인하게 싹뚝 네 가지 만이라 말하리.

날짜를 적을 것이니 물성만으로

그를 한번 바라다보시고 내년에 연애에 빠지든, 바람이 나시든

그건 보시는 여러 님들의 자유이시다.

왜냐. 여러분도 분명 좋아 진정 아껴줄 것이고 서로에 유익할 것이므로.^^


*

처음/ 2004년 10월 15일.

처음은 이랬다. 그녀는 이미 나래를 접고 외면하고 있었다.

깊은 슬픔. 그러나 어디선가 개 한 마리 나타나 한참을 말없이

동행이 되어주었고 간신히 만난 몇 사람들과는 마치 오랜 지기처럼

긴치 않는 얘기들을 길게 하였다.

 

그리고 겨울이 한참을 깊었을 때

나는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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