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매웠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Buff로 목, 입막음을 하고
비니모자를 겹쳐 깊게 눌러 썼다.
썬 그라스.
바람소리외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이어폰은 끼지 않았다.
좌판 아주머니와 몇 마디 긴치 않는 얘기를 나누다
땅콩 한 줌을 사 주머니에 넣고
방죽에 올라섰다.
바람이 엄청나다.
다행히 맞바람 아닌 뒷바람이다.
외투에 달린 모자를 겹쳐 썼다.
됐다.
빛 밝고.
생각을 분산할 바람소리는 여일하고
두툼한 한겨울 외투, 그에 딸린 모자는
격리하듯 완벽한 방호막이 되어주었다.
바람에 등 떠밀리니 나는듯 발걸음 가볍다.
실로 얼마만인가?
자그만 산구비를 만나 우회하는
계단을 타고 해안으로 내려섰다.
비치.
모롱이를 돌자
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딴 세상이었다.
얕으막한 산구비가 에두르듯 완벽히 뒷막음을 해
바람한점 없고
빛은 넘치도록 부셨다.
어제밤 신설로 말갛게 씻긴 대기
놓칠수 없지.
기온은 마치 딴 세상인듯 안온하고
해안은 깨끗하다.
마치 극도로 정제하고 인공적으로
다듬은 미니멀, 일본식 정원 보듯이.
하지만 자연이다.
바위에 걸터앉아
보온병 따뜻한 차를 마신다.
세상은 고요하다.
마음은 고요하다.
봄이 오는가?
도요는 없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한 30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기울어가는 태양으로
세상 만물이 빛나는 시간이 다가왔다.
(오른쪽 마우스 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