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다 >
오후 1시
가히 빛의 폭발이다.
어제 비로 말갛게 씻긴 대기가
쨍하니 천공을 가로 질러온 햇살을 여과 하나없이
낙엽송 바늘낙엽처럼 따끔하니 꼿으니
화르륵 숲은 불이 붙은듯
낙엽송 황금빛으로 두배는 증폭된듯
세상도 마음도 다 샅샅하도록 환하다
오월이면 이 능선의 연달레도
참 볼만하겠다.
(무성한 철쭉군락)
살면서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모든 것이 맞춤 맞은 날 소풍을 가는 일이다
(맞춤 맞은 시간, 맞춤 맞은 장소, 맞춤 맞은 친구,
맞춤 맞은 날씨, 맞춤 맞은 기분 등등)
또 살면서 문득 '왜 안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
그것이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으며
시간도, 돈도, 노력도 그리 필요치 않은데
실행은 잘 되지 않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드는 일
이를테면 위 몇 가지를 섞은
2시간 안 거리의, 2마눤 이하의 행복.
내 이웃은 우호적이며 하는 일은 대체로 무난
가족들 모두는 건강하고 각자 자리에서 할 바를 다하고 서로 사랑한다
이를 위한 일상의 노력과 책임은 어떠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치뤄내야 하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 고마워할 줄 안다
그런 나를 위해 모든 것이 맞춤 맞은 날
눈빛 한번으로도 느낌이 통하는 벗들이랑 소풍을 간다.
소풍은 꽃피고 단풍들 때 가야 하나?
아니면 꽃피고 단풍드는 데를 가야 하나?
산을 가면 꼭 정상을 올라야 하나?
길을 걸으면 도착지를 정해 부지런 걸어야 하나?
소풍은 꼭 가족 친지 동기 동료들과 가야하나?
남녀는 유별해야 하나? 이해관계는 필요한가?
다 이유와 의미가 있겠지만 나무처럼 일정거리 벌려 서
따로 또 같이 어울리는 숲
(그냥 인간이면 되겠네)
정연한 자연의 질서
건강한 숲
나는 그냥 인간이고 싶어
내가 소풍을 갈 때는 모든 게 딱 맞아 떨어지면 좋겠네
그 숲엔
잘 익은 빛깔과 잘 익은 냄새와 환한 햇살
촉촉한 부드러움, 한줄기 바람 푸른 하늘
기름진 검은 흙. 노래처럼 당신만 없었네
(당신->꿈 –오해를 막기 위해ㅠㅠ)
인간으로 댓가를 치르듯
그 날 하루 나는 다시 당신을 그리워하기로 하네 마음껏
꿈꾸는 자 꿈꾸기를 멈추지 않고
지례 포기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두려워 않고
그건 두 시간 이마눤 범위 안
가을 감국같은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라
Good -bye yellow brick road
그 숲을 떠나며 (노래와 달리 자연에서 도시로 돌아가지만)
그곳의 붉은 벽돌 포장길
핸-폰 촬영
(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