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7
< 초 대 >
햇빛 좋은 어느 가을낮
잘 익은 넉넉한 숲
느린 소요
가감없는 하루기록
시간순
그냥 즐기시길
들入
시설물들이 많이 늘었다
아직은 괜찮지만
인공의 장치들을 지나
이제 숲으로
어제의 비로 약간 젖어 온갖 냄새만으로
함초롬 다소곳하던 숲이 한시간쯤 지나자
점점 깨어난다
자작 군락과
낙엽송 군락
참나무 군락
그리고 잣나무 군락
그 어디랄거 없이
고루깔린 조릿대로 뒤덮인 능선길
요술
참 재주가 많으신 분들이다
점심을 먹자하고
세상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그 조릿대와 낙엽 융단 쿠션이
발목까지 빠지는 천연식탁에
보자기만한 돗자리하나 깔고
뚝딱 차려내는 소박하지만 이 눈부신 성찬
그것도 모자라 햇빛에 밥 비벼드신다
감성의 양념까지 보태니
참, 내~
빈 목구멍 하나들고 간 나야
그저 유구무언
좌 자작, 우 낙엽송을 거느리고
먹었으니 그냥 갈수 있나
하늘까지 이리 푸르니
낭송 또는 음유의 시간
또 준비한게 없어
가는 길 가로막고 숲을 베고 누워 오수에 빠져든 자가
바로 못 난 필자 ㅠㅠ
(그랬거나 말았거나 이 숲에 그날 우리 외
종일 지나간 자 없이 고즈넉
온전히 베풀어 주는 그녀(숲)의 은혜를 입다)
그러다 문득 눈떠 바라본 하늘
가능한 짙은 색을 안쓰고 부드럽게 부드럽게 그날 무던히 노력헸건만
하늘, 지가 푸르겠다는데 내가 우짜노
(1부 끝. -총3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