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아는 이름인데.....
가을 숲에 들면 만나는 작은 나무 하나가 있다.
붉고 노랗고 파란 온통 화려한 단풍색을 뽐내는
키 큰 나무들 사이
겨우 2~3m, 커야 4m를 넘길까?
몇 년전부터 이 나무가 시선을 뺏는다.
그래서 책을 찾아보고 이름도 알았을 것이다.
(지금은 잊었지만)
구월이면 아직 물들기 전 잎들 밑으로
실처럼 가느다란 줄기하나 내려 다시 꽃 피우듯
주황색 껍질에 빨간 열매를 토해내 놓곤
짐짓 모르는척
귀걸이마냥 달랑댄다
생각해보니 봄철 꽃도 그랬던것 같다.
붉은 열매보다 한결 애매한
우윳빛 가까운 오묘한 연녹 꽃치레
박쥐나무 꽃처럼 이 꽃 또한 그대로 장신구를 만들어도 좋을만큼
조형성이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이 계절, 이 잎들만 할까?
우선 투명하다
모든 잎들이 가을이 되어 물들면서 여름의 그 무겁던 색들을 내려놓고
자기속에 등잔불 켜듯이 환하게 밝아지는데
이 나무의 잎은 숫제 투명하다 해야 하리라
투명하기만 할까?
그 투명함에는 탈속하듯 탈색하고도
흰색에서부터 연분홍까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색의 그라데이션, 색상표를 보듯하니
그러고도 그 색은 야단스럽지 않고
힘주지 않고 뽐내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다.
마치 내 애인같은 색
나무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
그런 애인도 없을뿐더러
이 나무의 이름조차 다시 찾아보고도 자신이 없으니
무슨 애인이 이름도 모르는 애인이 있을까....
< 회나무 >
이러면 분명히 이 공간에 수만은 애인을 둔 고수가 나타나
'니 애인 이름은 이거다' 가르쳐 줄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므로
찬조출연 : 청단풍, 까치박달, 은사시, 생강나무, 붉은 열매 등 일당들
아침에 간만에 삘받아 즉흥적으로 한바닥 고백하다.
동해 두타산20111028
(여기는 이제 단풍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