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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우두망찰 2008. 3. 19. 17:02
 

 

 

 

나팔꽃이 피었다.


안즉 봄얼굴도 제대로 못 봤는데

벌써 여름 꽃, 나팔꽃이 피었다. 


이래저래 경황이 더 없어

한쪽 구석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방치되던 오랜 친구?

자리 옆 화분에 어느 날 빈한한 싹 하나가 돋더니 

얼마지 않아 그 작고 여린 몸뚱이에 전혀 예상치 못한 꽃을 피워대는데

놀라워라. 나팔꽃이었다.


얘는 갑자기 어디서 온 아인가?

반가운 마음보다 제 몸 하나 가누기도 겨운 가늘고 연약한 체구로

너무 힘에 부쳐 보여

꼭 누가 시킨 것 마냥 보기 가혹하고 안쓰럽기조차 한데~

 

‘무에 그리 급해 꽃부터 피워대누... ’

아예 씨까지 새로 맺고 있다.



*

뿐이랴.

지난해 가을, 겨울

이제는 생을 마감했겠거니. 잎을 움츠리기조차

힘에 겨워 축 늘어진 황금빛 잎과 가지를 모두 잘라 뒷정리를 마친 그 자리서

이건 또 무슨 변괴인가?


다 죽은 줄 알았던 그 깡총한 미모사 밑동에서

옳다구나 파랗게 새싹이 돋더니

얼씨구, 이제 꽃까지 피워댄다.


아,아 징글징글하다.

 

이노메 꽃.

‘미모사, 한해살이 풀.’ 그럼

이 사전적 정의가 틀리기라도, 세상이 잘못되기라도 했단 말여?



지난해 받아놓은 씨.

미모사, 양귀비.

수십 수천. 너의 싹. 후손. 자식.

어디서 이 봄을 피워보냐구?


 

 

 

 

 

   

 

 

 

 

 

 

 

 

 

 

 

 

<가교> 

나락을 저어 저어

기어이 건너편 관목밑둥을 잡았다.

 

 

 

 

 

 

 

 

 

 

 

 

 

 

 

 

 

 

 

 

 

 

 

분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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