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만히 앉아있으면 그것은 섬처럼 보였다.>
나는 얼마나 새들을 사랑하는가?
내게 새들은 얼마나 특별한가?
새에 대해 할 얘기가 한보따리지만 ~
*
철새가 날아 왔었지
서울 하늘 하무룩한 공해의 연무 위에서도
밝은 달 늦 가을밤은 분명 펼쳐졌을 것이리라
신비로운 푸른빛으로
아마 그 깊이가 더 했을 것이리라
몇 점 떠가는 구름들은
먼 해안처럼 아스라이 빛났을 것이고
그 하늘 언저리
약속처럼 별들은 더욱 푸르게 반짝이고
더 멀리 바다 끝, 지구의 그늘 밑으로는
태양의 자취가 아직도 꼬리를 끌고 있어
외롭지 만은 두렵지 만은 않았을 터이지만
깊고도 높은 바다, 푸른 항해를 끝내고
무리를 끌고 이상을 접어
천상에서 이 현실로
철새가 날아 왔구나
철새가 날아 왔었지
황량하고 찬바람 부는
빈한한 이 공간에도 철새가 날아오는구나!
문득 놀라고 또한 설레어서
망연자실 바라다 만 보다
꿈처럼 찾아와 깃을 접은 이 도시의 빈객 철새들에게
빈사의 대접을 하다.
백조가 날아오는 날.... *1)
그래 맞아 한 무리 쇠오리들 백조로 착각한들 어떠리
중요한 건 그들이 왔다는 것
서기의 전조처럼 그들이 왔다는 것
정신이 아득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아침저녁 우두망찰
찬바람 속에 서
그들이 몰고 온 바이칼호
그 순백의 맵고 싸한 야성의 냄새를 맡다.
나는 목말라 주문처럼
순타르 레나강 바이칼호 순타르 레나강 바이칼호 *2)
철새가 날아 왔었지
철새가 날아 왔다면 그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가 없었다네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네
꿈꾸느라 말야
이 도시 사람들처럼/ 이 도시 사람 수만큼
천이 백만 무리 철새들 날아오는
그런/ 꿈을 꾸느라 말야
<후략>
하나 분명한 것은
이렇게 하여 이십여년만에 나는 다시 뭔가를 끄적이게 된 첫 글이고
그때부터 본문 중 우두 머시기란 지금 닉을 쓰게 되었는데
그것은 1998년도의 일이었다.
*
여전히 선명한 그림을 얻지못해
기회 닫는대로 올해는 여러번 갈 예정이다.
<오래 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