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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9

우두망찰 2006. 11. 8. 13:40

 

 

 

 

 

 

 

 

 

 

 

 

 

 

 

 

 

 

 

<# 1>

~

  내가 사는 도시에는 강이 하나 있다. 그 도시를 흐르는 강을 따라 난 길을 끝까지 가면 만나는 집이 하나 있다. 그 언덕 위의 집. 그 집의 망원렌즈로 내려다 본 그 강의 반짝임. 확대되고, 제한되어 시야 가득히. 세상에 온통 그 빛뿐인 양 가득하여 넘치던 그 은빛의 충만함을 난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강의 하구야 모두 다 비슷하니 긴 흐름의 무게로, 막힘없는 개활로 어딘가 한자락 처연함과 쓸쓸함의 빛을 감추어 두고 있지만 그날 오후 맑고, 어딘지 모를 우수가 깔린 듯한 전체적인 풍경 속에서, 확대되어 다가오던 그 절대적 은빛의 반짝임. 그 속에 바람을 받아 가끔씩 미끄러지듯 스치던 새들의 유연한 비행.

  나는 그날 오후 동전을 몇 번인가 바꾸어 가며 그 강을 아니 그 빛을 오래도록 보았었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도 문득 그 날씨 그 시간쯤이다 싶으면 가끔씩 그곳으로 달려가고픈 충동이 일곤 하였다. 그러나 여긴 더욱 자유롭다. 스스로를 어색하게 하는 남을 의식하는 부담도 없고, 그 깊이대로 한없이 그냥 내려가 볼 수도 있으니. 나는 이런데서 참다운 기쁨과 매혹으로 빠져드는 또 다른 내 마음의  일면을 발견한다.

~


 

 

 

 

 

 

 

 

 

 

 

 

 

 

 

 

 

 

 

 

 

 

 


<# 2>

~

대체로 그 공간은 비어있다.

늘 비어 가득 차 있다.

가득히 비어 더 풍요롭다.

늦가을 갈대가 가득 피거나 그 무렵 무리로 이동하는 철새들로

가끔 그 공간이 넘치도록 가득 차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무엇보다 장관은 매일 일어나는 만조 시의 그 배부름이다. 물 흐름이다.

아니 정지다.

그때면 강은 유입을 멈추고 끝없이 부풀어 오르는 바다에

순응해 다소곳 그 역류를 받아들여 너무나 조용해진다.

마치 배불리 먹어 만족한 아이같이.

대체로 석양, 황혼. 황금색. 새 한 마리 사선을 그으며 공간을

분할하기도 하고 떼 지어 날개저어 날아가는 소리도, 그 일정한

날개 짓도 보기가 좋다.


그러나 나는 부족하다.

나는 불만이다.

왜 거기까지여만 하는가?

왜 한걸음 더 다가 갈수 없는가?

철조망 살짝 걷고 배부른 둔치로 달걀 같은 타원.

이지러진 반달 같은 캐노피 전망대 하나 못 만들 이유 어디 있는가?

머물러 바라볼. 머물러 말없을.

말해봐라.


*

돌아오는 길.

행주대교 아래

하류 보를 넘어 역류하는 바닷물.

강물과 바닷물의 그 조용하지만 온통 넘치는 합일의 환희.

포옹. 악수의 몸짓. 지즐댐. 열락.

뒤에는 가득 부풀어 빙그레 온통 원만한 황금빛 바다가 웃고.

그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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