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메밀꽃 필 무렵

우두망찰 2006. 9. 23. 11:12

 

 

절정

 

 

 

 

 

 

 

 

 

 

 

 

 

 

 

 

 

 

 

 

 

 

 

 

 

 

 

 

 

 

 

 

 

 

 

 

 

 

 

 

 

 

 

 

 

 

 

 

 

 

 

 

 

 

 

 

 

 

 

 

 

 

 

 

 

 

 

 

 

 

 

 

 

 

 

 

 

 

 

 

 

 

 

 

 

 

 

 

 

 

 

 

 

 

 

 

 

 

 

 

 

 

 

 

 

 

 

 

 

 

 

 

 

 

 

 

 

 

 

 

 

 

 

 

 

 

 

 

 

 

 

 

 

 

 

 

 

 

 

 

 

 

 

 

 

 

 

 

 

 

 

 

 

 

 

 

 

 

 

 

 

 

 

 

 

 

 

 

 

 

 

 

 

 

 

 

 

 

 

 

 

 

 

 

 

볼 일을 마치고

바쁜 마음에 휙 고속도로를 스치다 우연히 발견한 풍경


급차선 변경 200m앞 IC를 빠져나와~.


뭐라 할까

절정? 만개? 클라이막스?

꽃들은 하나 남김없이 다 피고도

아직 하나도 지지 않은듯했고

비교적 고른 올해 기상을 반영하듯

쓰러지고 휘둘린 흔적 하나 없이 가지런하여

일견 비현실적으로도 보였다.


채 20분

물론 사진 뒤로는 신개발지의 좀은 어수선한 면모와

해당 지자제 메밀꽃 축제 뽕짝 각설이타령이 한참 신명나

사진에서처럼 고즈넉하지만은 않다.

 

이번 주일 인파를 지나고도 저런 깨끗한 모습으로 남아있으려나?

중부고속도 오창IC부근


 

 

 

서둘러 올라와 참석한 구순노모 생일잔치 음식점에서 한컷.

 

 

 

 

 

 

 

 

 

 

 

 

 

 

 

메밀하니 생각나 옛날 글 하나 찾아 먼지털어 올린다.

 

 

 

 

어제 밤

 

간만에 책 한권 들고

집 앞 근린공원에 나앉았다.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낚시에 대한 지나친 몰입으로 지친 심신을 좀 정리해볼 요량도

있었지만, 

날씨가 받쳐주는 날이면 저녁식사 후 가벼운 차림으로 몇 바퀴 소요하기도,

밝은 가로등아래 벤치에서 책장 넘기는 재미도 꽤 괜찮아 평소에도 가끔씩 애용하곤

하던 그런 장소다.


놀이터에는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의 쉼 없는 재잘거림.

그보다 좀 큰 녀석들은 농구대에 매달려 공 던지기에 여염이 없고,

산책 나온 부부들. 주먹만한 강아지를 끌고나온 배불뚝이 아저씨.

공원가로엔 용감히 팔을 휘저으며 함께 걷는 건강한 가족들의 웃음과

보기에도 시원한 차림의 이쁜 몸매의 조깅족 아가씨들이 무리를 짓고.

좀 으슥한 곳엔 어김없이 헤어지기가 아쉬워 잡은 손을 놓지 못하는 청춘들의 응석어린

소곤거림 들도 있다.


어찌 이 뿐이랴. 좀 늦은 시간이면 등나무 그늘아래에선 고부간, 그 영원한 갈등의

고리를 지혜롭게 풀어보려는 며느리/ 시 어머니간의 톤 낮은 대화의 목소리도 들리고,

또 다른 한켠에서는 천방지축 사춘기 아들을 사랑으로 타이르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있다.


기껏해야 2,3천 평 남짓한 이 작은 공원의 일상적 저녁풍경이야 대한민국 어디랄 것 없이

다 비슷하겠지만, 이 공원이 가지는 좋은 점 하나가 있다.

바로 산에 면해, 산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소음과 매연/ 번잡과 광휘에서 멀찍이

벗어나 조용히 물러나 앉은, 그래서 가끔은 절간과도 같은 느낌도 드는 그런 흔치않은 입지

여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공원은 이외로 조용했다.


팔월, 근 보름간 햇빛 한번 없이, 전 국토에 유례없는 물난리를 겪게 했던 그 지루한 장마

아닌 장마의 뒤끝이어선지, 그로 인해 많이 내려간 밤 기온 탓인지, 그리 늦지 않은 시간임

에도 불구 공원은 이외로 조용하고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오늘은 대금연주 아저씨가 돗자리까지 펴고 좌정해 피리를 불고 있다.

부인인지, 사사받는 제자인지 알 수없으나, 여인 한명도 같이 앉아 시중을 들고 있고.....

그 방면에 귀가 밝지 못한 내가 듣기에도 예사롭지 않으니 좋은 솜씨를 가진 분 같다.

산책하던 부부 몇 팀이 주변에 둘러서 듣다가 연주가 끝나자 박수를 보낸다. 여기저기 보이지 않는 그늘아래에서도 박수가 터져 나오고,,,, 젊음이겠지. 휘파람 환호성에 앙코르도 외친다.

주변에서 감탄으로 말을 붙이는 이들께 자신의 홈페이지 주소를 가르쳐 주는 듯 하더니,

스스럼없이 요즘 귀에 익은 가요 한곡도 멋지게 퓨전으로 편곡해 들려준다.

  


내 자리에 앉아


책을 편다.

얼마 전 전 딸아이 참고서를 사주러 들른 동네책방에서 고른 몇 권의 책 중 하나다.

요즘은 보기 드문 빨간색 장정의 천 원짜리 문고판이다.

제목이 ‘설국(雪國)’, ‘가와바다 야스나리’. 동양인으로서 몇 안 되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대표적 일본소설이다.


중학교 때인가 별 감흥 없이 처음 읽고, 그 사이도 한번쯤 더 접한 것 같은데,

나이를 먹었음인가 무심히 그 책에 다시 손이 갔음은…….

줄거리야 모두 다 아는 데로, 도쿄에 사는 문약한(?) 중년서생이 눈 많은 일본 북부지방의

온천장 겸 휴양지로 장기 휴가를 갖다, 거기에 있는 늙은 게이샤와 벌이는 애틋한 사랑얘기

다.

배경은 근래에 소개된 일본영화 ‘철도원’이나, ‘이와이 슈운지’의 ‘레브레터’ 여주인공이

한밤중에 눈 덮인 산맥을 향하여 애소하던 ‘오겡끼 데스까’란 화면을 생각하면 되겠고.

일본 문화의 특질이 소설 구석구석에 잘 녹아있는 -그런 이질적 요소가 주목을 받은 듯 -

차분한 소설이다. 특히나 ‘지지미’란 전통 옷감의 생산과정을 소개 할 때면 우리의 결 고운 안동포나 한산모시를 생각나게 하고, 요즘의 우리나라 임권택 영화와도 많이 닮아있다.


서편제(이청준 原作)에서의 소리의 영상화, 츈향뎐, 최근의 취화선(도올 김용옥)에 이르러서

는 동양화의 붓질기법, 수묵의 농담이 화면 속으로도 번지는 듯 한 원숙함도 중간 중간

내비친다. 전체적 짜임새, 작품의 완성도를 별개로 한다면 이런 한국적 특질이 소름끼치게

영상으로 잘 녹아든 부분은, 춘향전에서 방자가 이 도령 심부름으로 춘향을 부르러가는

대목을 나는 압권으로 친다.

 

버들잎의 하늘거림. 비 그친 후 투명한 물방울이 잎새를 타고 맑은 수면으로 음표처럼

떨어지는 소리. 봄의 푸르른 싱그럼. 바람. 그에 어울리는 중중모리 소리. 마임을 연상케 하는 과장된 방자의 경쾌한 발걸음…….

(나는 이 영화를 월드컵 기간 때 우리 집 TV, 공중파방송으로 봤다.)


한국영화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긴데, 내가 또 소름 돋게 본 영화의 몇 장면은 ‘넘버 쓰리’인가하는

영화에서 양아치 깡패두목 연기를 한 송강호의 연기다.

그리고 설경구가 형사로 나온(꽤 유명한 영환데 제목이 잘 생각나질 않는다.) 왜 기차에

맞서 초반에 자살하고 거꾸로 극이 풀리는 왠지 유식한척, 내용 있는척한 영화 있잖은가.

그 영화에서 설경구의 철없는 아내 역을 한 여배우가 정말 철없이 남편친군가 후배인가와

바람을 피우며 처음 자전거를 배우는 장면에서 지르는 그 기성(奇聲)과 웃음 말이다.


그런 걸 두고 뭐라 해야 하나. 백치미? 철저히 속물적이고 단세포적이어 순수함까지

느껴지는,(모두 다 아니다.)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배역과 어울려, 도무지 연기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은 그런 눈부신 연기였다.

(이를 정말 의도된 연기로 했다면 그녀는 분명 천재배우다.)

그 영화의 숨긴 의도가 부조리, 아이러니의 미학쯤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조연의 빛나는 연기가 있음으로 훨씬 그 영화의 깊이가 더해지고 여운도

길었던 기억이 난다.

(재능은 누군가가 알아보는 법. 그래선가? 취화선 에서도 캐스팅되어 잠시 최민식이와

살림을 차린 작부 역으로 나온다.)

그런데 한국영화에 대해 불만이 하나있다. 따지고 들면 어디 하나뿐이겠는가 만, 늘상 생각되는 요소는 바로 시도 때도 없이 내뱉는 욕지기들이다. 그것도 개새끼를 넘어 X새끼, X발놈. 이런 막가는 육두문자다.

극의 흐름과도 상관없다. 우리말, 정서순화를, 도덕을 걱정하는 바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그 보다 훨씬 더 강하고 자극적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관객은 현명하니까. 

그럼에도 불구, 보통은 극중흐름과 별 상관없이 그것도 빈번히 욕지기를 내뱉음은.....

이 말들로 하여 관객은 불편하다. 무안하고 짜증난다. 손님에 대한 모독이며 폭력이다.

그야 말로 정말 리얼리티도 뭣도 아닌 단순히 저급함으로 매도되어야할 웃기는 짬뽕, 치졸

이다. 눈에 힘주고 강하게 쌍시옷발음을 하면 누가 아! 무섭구나 하나? 처절해지나?


의도된 사실성의 강조가 오히려 본질을 해하고 있다.

한국 영화제작자들이 빨리 알아 보다 나은 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점이다.

넘침은 왜 항상 모자람만 못하다질 않는가. 


또 하나의 문제라 생각되는 건 갈등구조의 해소기법이다.

(이는 역량부족, 보다 본질적 문제로 보인다.) 너무 도식적이고, 직접적이며, 뻔하다.

‘취화선’ 에서도 연결고리를 잘 찾을 수 없는 캘린더 사진 같은 의미 없는 풍경의 나열이나

(아름답기는 하다. 그래서 한국 홍보영화 같기도 하다. 설국에서도 비슷한 약점이 있다.)

포스터로 내건 주연배우가 지붕용마루에 걸터앉아 술병 들고 울부짖는 사진 등은 영 아니올시다 이다.

극중에서도 이 장면은 너무 오버하고 작위적이어 영 어색한데, 이를 웃고 넘길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장면에서만 잠시 까메오로 출연한 제작자(이태원)의 조크다.


“어이 승업이 떨어져. 언릉 내려와!!!!!.”

 

이 얼마나 유쾌한 반전이며, 통렬한 일침인가.


 

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내려오고 있다.  

요즘 많이 온 비 탓에 근처 개울물 소리도 보다 가까이 들리고, 풀벌레 소리도 한가롭다. 

열이틀달이 공중에 밝다. 몇 점 뜬 구름이 두고 온 먼 해안처럼도 보인다.


이 밤, 깊은 산중의 밭에선 콩잎이 이슬에 흠뻑 젖을 것이고, 효석의 글처럼

메밀꽂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이, 달빛도 짐승의 숨소리처럼 깊게 푸르를 것이다.

누구는 수해로, 적조로 수심(愁心)이 수심(水深)일 텐데…….


어쨌거나 그 소설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온통 눈 세상이었다.’

소설 속으로, 스토리 속으로, 미지의 세계로, 예정된 인연 속으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낚시꾼으로서 당신은 지금 어떤 터널을 지나고 있는가?

빠져 들어가고 있는가? 빠져나오고 있는가?

목적이 어딘가에 따라 터널은 양면성을 가진다.

주인공이 북해도로 가기위해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할 수도, 동경으로 가기위해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할 수도 있다.

즉 목적이 어디냐에 따라 빠져들고 빠져나옴은 의미가 사라진다.

낚시 안에도 세계가 있고, 낚시밖에도 세계가 있다.

낚시는,,,, 음 -,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가을이다.


머잖아 산은 멀찍이 물러나 앉아 보다 선명할 것이고

그 골은 점점 깊어져 더 짙은 음영으로 서늘해 질것이다.

이 시간 끈적이지 않는 가실 가실한 이 느낌이 참 좋다.

러시아 노래, 스포르띠 발차???란 소프라노가 부른 나 홀로 길을 가네????.

란 노래의 멜로디가 돌아서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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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언제 썼나?

적어도 한 5년은 된 것 같은데

그 노래는 이것이다.


Je vais seul sur la route/스베뜰라나☜클릭

 

나 홀로 길에 나섰습니다

안개 속을 지나니 돌짝 길이 불쑥 나타나고요

밤은 고요하고 황야는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고 있고..

별은 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하늘은 장엄하고 경이로운데

대지는 푸른 불빛 속으로 잠들고..

그런데 난 왜 이렇게 아프고 괴로운지?

난 무엇을 기다리고 있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거야?

아하! 산다는 것에 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거야

지나가버린 것에 아쉬움이란 조금도 없어

난 자유로움과 평온을 구하고 있어

난 자신을 잊고 잠들고 싶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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