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십 오년? 이십년? 전 사월
(정확치 않다.)
봄 야유회 사전 답사 차
서해 덕적도를 다녀오게 되었다.
인천 연안부두서 시속 40노트 여객선을 타고
40분 만에 도착한 그 섬은 날씨, 풍광, 먹 거리 ~
모든 면에서 가히 환상적 인상을 혼자 여행객인 내게 주었다.
(봄 바다와 육지의 기온차로 형성되는 아침저녁 해무. 십리상거 빈 서포리 해변. 야생 굴 한보시기의 향긋한 풍미. 쭈꾸미 머리 쌀밥. 뒷산 산채 된장무침의 쌉쌀한 향기. 조개 미역국. 소쩍새 울음. 쏟아지던 별빛. 모래 위 모닥불~)
녹녹치 않은 선수금을 지급, 숙소와 낚시 배를 예약하고
다다음준가 정작 본진 출발당일 5월 아침.
아침부터 뭔가 부산스럽고 신산스럽더니
부두에 도착해 보니 바람이 터졌다는 것이다.
바람이 터져 배가 출항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망연자실 60여명.
전연 예기치 못한 일로 참 황당하기도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기다려봤자 더 짱구. 죽은 자식 뭐 만지기.
그리하여 전연 예기치 않게 대타로 첫 걸음을 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섬 대부도다.
그때만 해도 시화호 방조제가 건설되지 않아 인천에서 모자라는
차량은 택시를 이용 남부여대 긴 행렬로 안산을 지나
화성 남양만으로 하여 진입한 것 같은데
가다가다 보니 섬 끝, 방아다리라나 뭐라나.
횟집식당 서넛 있는 그야말로 한적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갯가마을 언덕.
우찌 우찌 하룻밤이야 못 버티랴.
식당주인을 동원 주변, 아마도 축사나 버섯 양식사를 개조한 듯한
군 내부반 비슷한 막사 숙소를 구해 하룻밤 단체로 유하게 되었는데~
*
그때 안산 지나며
평생 잊지 못할 풍경 하나를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수억년 지구나이를 고스란히 들여다보게 된 일.
(방조제 축조 후 용지로 쓰기 전 수십?년 동안 염기제거를 위해
자연 상태로 방치하는데, 식물 착상 전 갯벌, 그 부드런 속살이
빗물에 씻겨 지구의 역사 -수억년 퇴적층이 고스란히 들어나며
형이상학적 무늬, 색. 꼭 월면같은 그로테스크한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그 때 인상이 하도 강렬하여
그 직후 한두번 더 간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바는 없고
그러다 비교적 최근 -몇 년 전, 또 한번 강렬한 풍경을 그곳서 만나게 된다.
(동창 모임을 그쪽 어딘가에서 해)
바로 폐 염전. 소금창고.
한때는 바닷물이 드나들었을 그 갯고랑은 이제 늪지? 습지, 강 고랑이 되고
넓디넓은 뻘밭은 끝없는 갈대로 뒤덮여 2월 오후햇살에 노랗게 서걱이는데
강둑을 따라 그 속에 점점이 줄지어서 대책없이 무너져 내리던 그 소금창고의
무참함.
처연함.
*
그런데 놀라워라.
어제, 날이 서서히 들자 아이들 꼬드겨 맛있는 거 사주마
오랜만에 함께 나들이나 가렸더니 요 핑게. 조 핑계.
에잇 더러워서라도 더 이상 애원 안한다. 혼자 나서다.
그런데 천지개벽도 그런 천지개벽이 없더라.
우선 오이도. (이 또한 횟집 언덕 위에 서넛 있을 때 한번 와봤다.)
다음 시화호 방조제. 그 끝 방아다리. 둘다 그 휘황함에
요란뻑적지근함에 말문을 닫게 만든다.
옛 기억을 더듬어 섬을 한바퀴 돌렸더니 어디서고
예전 그 모습들은 찾을 수 없고~
간척지 뻘 밭은 갈대에 점령당해 이제 녹색초지로 변하고
원래 목적, 소래포구 생태공원은 아예 발걸음도 해보지 못했고~
그나저나 날 들면 덕적도, 그 옛날 예약금이나 돌려받으러 갈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