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이고, 지리고, 한라고,
소백이고 간에
철쭉제란걸 가본적 없어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지만)
그제는 소백산을 갔는데
가다가 원주 중앙고속도로 상에서
올해 가장 빛나는 경관을 보았고 -
넓은 들을 앞두고 한눈에 조망되는 치악
장대한 스케일의 파노라마와 아침 여덟시
빛과 신록의 절묘한 조화에 가슴이 뛰었는데
사진은 없고
죽령, 소백산 구름 속으로 들어가
실비를 맞으며 14키로 시멘트 포장 능선 길을
진종일 발바닥만 쳐다보며 걷는 도를 닦다.
내려오니 저녁
아픈 무릎에
모든 건 이미 돌아앉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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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그림자 지고
푸른 그림자 지고
정적과 고요와 신화의 그림자 지면
거기엔 소멸과 비애와 두려움이 깃드나니
난 아침이 좋아
모두가 떠난 그 허전함과 공허 속으로
아직도 맑다 못해 쨍한 그 대기 속으로
바람처럼 달리며
떠난 자를 아쉬워하다.
모다 들 어딜 갔느뇨
이 청명한 공간에
산과 숲과 물의 정령들만 장난칠 상대 없이
저들끼리 심심한 유희를 하게하고
내 발걸음만 괜스레 바쁘게 하고서
모다 들 떠났구나
그래 내가 한바탕 놀아 주마
청풍 마루 언덕에서 장엄한 일몰 뒤에
시시각각 엄숙해지는
시시각각 침울해지는 호수를 위해
노랠 부르며
이윽고 달을 띄워 올린다.
헤반주그레 웃는 호수
한줄기 바람을 놓아
간지럼 타는 웃음소릴 들으며
또 다시 발길을 돌린다
난 바람처럼
화살처럼
이 어둠의 대기를 달리고 싶어
(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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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그제 달은 떠오르지 않았다. -비 왔다.^^
그래서 결론은 날씨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날씨는 일상처럼 그 사람을 결정지으며, 길게 보면
그의 운명을 지배하는 중요한 인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