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하나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분주하든 일상이
겨우 제 자리를 찾아 안정을 찾아가니
자욱하던 먼지가 가라앉으며 나타나는 모습이랄까
이제사 새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년에 나는 책을 몇 권 읽었나?
보고 싶은 영화는 몇 편 보았나?
하고 싶은 일, 정말 해야 할 일은 하였나?
건강관리는 잘하고 있는가?
가족에게 이웃에게 주변에게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이었나?
진정으로 남을 생각하고 도와 준적은 있는가?
돌이켜보니
상반기까지는 대체로, 하반기 이후론 전혀 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책만 해도 그렇다. 보든 안보든 한달에 서너권은
사며 욕심을 내던 것을 하반기 이후론 거의 사지도 않았고
영화는 몇 편 보았지만 나름대로 정리한 게 없고
하고 싶고, 해야 할 일. 건강관리도 지난 가을까지는 나름대로
꾸준했다 생각하는데 날이 추워지고부터는 영 손을 놓고 있다.
와중에도 하나 잘 한건 있는 것 같다.
담배를 끊은 일. 지난 일년 나는 담배를 한대도 피지 않았다.
새해엔 뭘 할까
생각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무리하지 말자, 욕심내지말자, 쉽고 단순하게 가자.
건강, 몸무게만 좀 확실하게 줄이자 로 단순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먼저 좀 적게 먹어야겠고. 아무리 맛있어도 과감히 중간에
수저를 놓은 습관을 가져야겠고. 그리고 술자리를 적게 갖는 것이다.
또한 작년에 한 일중 하나가 바로 사진을 쭉 찍은 일인데
습관처럼 사진기를 들고 다닌지도 한 4~5년. 지난해는 토탈
컷수로는 약 일만오천매 정도 찍었더라.
누구나처럼 그간 사진관련 책도 한 두권 봤는데 둘 다 보다 중간에 그만둬버렸고
디지털카메라의 꼭 필요한 과정, 기계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그 설정을 잘 활용하는 것. 그리고 찍은 결과물에 적절한 후 보정을 하는 것.
이것이 순수성 천편일률성 독창성 따위를 떠나 기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란 걸 잘 알면서도 그러나 나는 그 필수과정 마저 생략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 나의 나태도 공범으로 분명 한몫 거들었고.
나는 대체로 자동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러니 나의 사진실력이란 없다.
실력이란 말을 쓰기조차 민망한 아주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족하고 기쁘다. 더 이상 욕심도 없지만
사진은 내 생의 한순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담으면 그뿐.
순전한 개인적 소사 기록, 회상의 수단이면 된다.
어찌 그 순간 다가오는 내밀한 느낌의 비밀을 남이 알리.
설명할 수 있으리.
그 일만 오천여 컷을 정리하다 (버리고 버리다)
2005년이란 이름의 파일로 420여 컷이 남다.
그 중 2005년 최고의 것을 뽑다.
이건 순전히 내 나름으로 보는 사진의 완성도만을 기준으로
뽑은 것이다.
길은 조용하고 한갓지며 유월쯤 녹음이 싱그러운데
중심의 초점부위가 주변부의 부드러운 아웃 포커싱으로
더욱 살아나는 듯 하고, 또 색감은 렌즈의 특성 때문인지
빛과 어우러져 실제 이상 몽환적으로 뭉개어져 풍성하다.
2006년 한해 이 길처럼 마음의 심로를 따라
나의 모든 것도 차근차근 순탄히 이행이 되길.
더불어 이글을 읽는 모든 님들의 바람도 그리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