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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

우두망찰 2005. 8. 18. 20:01

 

 

 

6월 17일 : 서울 인근 청계산 나리꽃이 일제히 피었다.

           이른 더위, 계절은 밤꽃이 한창인데 나리는 벌써 다 피었고

           날씨도 이미 답답히 흐려져 있다.


7월 17일 : 방태산 나리가 이제 꽃을 피우려 무수한 봉오리 들을

           나무그늘에 숨겨 예비해 놓고 있다. 

           숲은 계절의 중간이라 꽃은 메말라 있다.


7월 27일 : 오대산. 엄청난 폭우 속, 오대산 나리가 일제히 꽃을 피워

           온 산을 점령하고 있었다. 초입이고 정상이고 가릴 것 없이.

           서울나리와 거의 한달보름의 개화시차를 보인다.


8월 14일 : 점봉산 곰배령. 이제 어디고 나리는 없다.

           무수한 씨방만 남긴 체. 나리는 올해 세상을 이미 하직한 것이다.

           고얀 것들. 나도 안보고. ^^ (오대산 나리는 비로 못 찍었다.)


           대신 하늘은 맑았고 개운한 바람이 마구 불어댔는데

           아무데서고 팔만 벌리면 몸이 그대로 떠오르는 듯해

           기분이 좋았다.

           숲에는 한 십분 들어앉아 있으니 도저히 추워 못 견뎌

           햇볕으로 나왔고, 그리고는 풀밭에 앉았다 누웠다 어제

           사진처럼 거의 모든 사람이 다 내려갈때까지 대책 없이 

           쉬다가 내려왔다.  

           집은 산 아래 있으므로. 

           그런데 오늘, 서울, 8월 18일. 아직도 흐려있고 두 달 넘어 흐려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이제 꽃구경을 좀 할까?

전체적 주조가 이질풀, 동자 꽃.... 하지만.

바람이 마구, 심하게, 몹시도 불어 접사 같은 건 없다.

냥 한눈에 스~윽 보시고 그 속에 숨은 이런 꽃들은 찾아보시기 바란다.

물론 내키신다면. ^^    천지에 꽃 삐까리고 그 속에 이 꽃들 다 있다.  

‘ 금방망이, 모싯대, 당잔대. 각종 꼬리풀. 껄껄이 풀. 꿀풀. 나나벌이 난초.

뀡의 다리. 애기 앉은 부채. 당귀. 참취. 나도 양지꽃. 나도 잠자리 난. 나리난초.

낭아초. 달구지 풀. 마타리. 박하. 각종 물봉선. 물레나물.... 헥헥.

곧이어 구슬붕이.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이런 보라색스런 것들이 두말 않고

뒤를 잇겠지만.

내보고 이 많은 이름을 다 외우냐고? 다 아느냐고?

택도 읎는 말씀.

내를 천재로 아시나 본대, 절대 그럴 일은 없다.

대충 기억 억지로 되살려 책 찾아 무식하게 올리는 거니

이 부분 오해 없으시기를 깊이 당부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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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내려와 모굑한 소 (나체사진은 뺏다.)



 

 

 

 

 

 

 

 

 

<장소에 대한 참고자료- 전에 쓴 글의 도입부>


강원도의 힘



다시 쓰는 삼둔 사가리


작년, 서점에서

「한국의 오지여행?」인가 하는 화보 곁들인 책자 하나를 샀다.

이 시대에 웬 오지? 안 그래도 팍팍한 세상에 마음 속 오지하나

없이 사는 나 쪼께 슬픈디. 그래「강원도의 힘」홍 상수 영화를

제목의 힘, 묘한 기대감으로 보았듯 혹시나 하고 그 책을 샀다.

그 책의 첫머리에 소개된 곳이 바로 3둔 4가리

여기서 얘기하려는 바로 그 곳이다.


좀 식상하시겠지만

「3둔4가리, 조선조 예언서 ‘정감록’에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로

물, 불, 바람의 재난으로부터도 안전하며 능히 전쟁도 피할 수 있는 곳.

여기서 3둔三屯이란 강원도 홍천군 내면의 살둔, 월둔, 달둔을 얘기하며

‘둔’이란 넓고 평평한 언덕

四가리란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결가리(누군가는 명지가리?)로

‘가리’는 갈 만한 땅, 계곡가의 살만한 땅이라 한다.」


그러나 이 말들은 상당히 역설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오죽하면 밭을 갈아도 된다 했을까?

지도상으로 봐도

인터넷 어디를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듯이

은둔의 땅, 은자의 땅이란 말이 알맞은 구중심처, 오지 중 오지.

밭을 갈아도 된다는 말은 앞에

겨우’ 라는 수식어가 빠진 반어적 표현에 다름 아닌 것이다.  



왜 산에 가는가?


이 물음은 내가 ‘왜 나는 낚시를 하는가?’ 하는

자문에 한참 골몰했을 때처럼 한동안 나를 따라 다녔다.

‘산천경개를 벗 삼아’ ‘명승유적을 찾아’ ‘친구와의 어울림이 좋아서’

‘사회관계의 연장 살이의 일환으로’ ‘도피성 회유’ ‘짐을 내려놓으려’

그도 아니면 누구 말대로 ‘그냥 산이 거기 있어.’


아니다.

내 경우엔 모다 아니다.

첫 번째로는 건강상의 이유다.

두 번째로는 바로 ‘내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때문’ 이다.

언젠가 한번 쓴 적이 있는 ‘걷는다는 것은 현대문명의 속도에

제동을 걸며 자신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는 행위이며,

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 속 불순물을 태우는 행위....’


앞의 말이야 그 날짜 신문지면의 말을 차용했지만 뒤의 말은

내가 생각해 낸 말이라... 두고두고 생각해봐도 그럴 듯 한지라... ^^







(이번 주는 친구 세 놈을 꼬셨다.

같다 와 또 올려야지..... 

원래는 올 한해 한달에 한번은 가기로 했으니

뵈기 싫어도 참아주셔야 한다.

아님 (눈물을 머금고) 오시지 마시던지 . ㅋ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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