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깝다. 이 다리
예전처럼 구불구불 곡선으로 남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성천. 예천. 회룡포)
“사과를 좀 사고 싶습니다.”
들은 기척이 없다.
아침나절
3자리수 지방도를 유유자적 달리는 중
올 해 마지막일 멀리 열도 따라 지나는 태풍 탓으로
이 산골마을 공기도 크게 일렁이고, 열어 논 창으로
햇빛도, 크게 켜놓은 음악소리도 함께 따라 일렁이는 중
다시 한 번
“사과를 좀 사고 싶습니다.”
(클릭, 원본보기 가능)
그제사 머리만큼이나 크고 붉은 사과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사과 아가씨
(실은 할머니)
얼굴이 날씨만큼이나 환하다.
“조기, 주인께 물어보시구랴.”
그러고 보니 과수원 입구 쪽에 또 다른 여럿 작업자들이 보인다.
“사과를 좀 사고 싶습니다.”
....
“글쎄~”
이번엔 모자와 수건으로 얼굴전체를 감싼 아주머니
긍정도 부정도 아니게 한참을 미적대며
하던 일에만 열중이다.
.....
“지나다 탐스러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실은 좀 전 주유소에서 기름 넣으며 주인장과
한참 수작으로 이미 사과 한 바구니를 산 상태.
(그도 겸업으로 사과농사를 한단다.)
트럭이 도착하고
“이 분이 사과를 사고 싶다는데요.”
보아하니 내외지간. 과수원 주인장인가 보다.
“사과 안 파는데...”
그러며 아래위로 슬쩍 나를 스캔한다.
“혹시 기자분이십니까?”
헐, 카메라 들었다는 것 말고 내 어디가 기자 닮은 구석이 있나?
하여튼 잘나고 볼일이여 ㅋ
“아닙니다. 그냥 지나는 과객올씨다.”
“한바구니 담아 주시구랴.”
2만원 아닌 4만원어치나 되게
크고 실한 놈으로 넘치게 담아준다.
내친걸음
“사과를 좀 따보고 싶습니다.”
따 드리겠다. 즉, 따는 일손을 도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따보고 싶다니. 오랜만에 손이 근질거렸지만
말해놓고도 내가 생각해도 욱긴다.
“이리 오시지요”
주인이 이끄는 대로 과수원 안으로 든다.
처음 사과 따는 할머니들이 있는 곳이다.
“사과 따는 요령은 검지를 사과꼭지 안으로 집어넣어 들 듯 뒤로 살짝 제치면 됩니다.
절대 무리해 힘주지 마시고 따서는 꼭지를 서로 상처되지 않게 가위로 자른 후
바구니에 담으시면 됩니다.“
“아, 녜. 양광이지요? 감홍은 언제 나옵니까?”
“한 20일쯤 후에 수확하지요.”
가장 으뜸인 풍미의 그 품종의 수확은 아직 좀 이른가보다.
주인장께 연신 전화가 온다.
아마도 여러 지역에서 사과를 주문하는 전화인 모양.
“할머니들. 저도 한바구니 따 보태겠습니다.”
“아니, 여기 할머니가 어디 있다고 그러심?” 하며 얼굴도 돌리지들 않으신다.
“아 ? !” 아참 “아가씨들”
그제사 모다 들 한바탕 왁자 웃으며 반기신다.
아가씨들? 쟤쟤거리는 소리.
“똑 똑” 사과 따는 소리
“쏴~아”, 뽀드득 사과 얼굴 씻고 가는 바람소리.
“딩~동” 저도 다 익었어요. 사과들 다투어 손들어 외치는 소리
햇빛 따글거리는 소리
이러면 안되는데...
“이 사과 한번 잡숴봐.”
정수리에 달린 가장 크고 붉은 –하지만 까치가 먼저 입을 댄
사과 한 알을 슥 베어 건네신다.
오전 열한시.
날씨 쾌청. 기온 더할 나위 없고
이 붉고 탐스런 결실. 세상 만물이 반짝일 때
사과로 천지 삐까리인 세상을 지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