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자
그녀가 왔다
해마다 이맘때쯤
홀연 바다를 건너 수만키로를 날아와서는
우리에게 푸른 초대장을 보낸다.
벗들이여, 안녕하신가?
나도 안녕한데 보고 싶으이.
그러니 한번 봐야하질 않겠는가?
그녀의 편지에는 늘 여름햇살 같은 은빛,
눈부심이 깃들어있다.
올해는 오두막 하나라도 장만 모깃불 피워놓고
직접 기른 애호박 부추 아욱 감자 썰어넣어
손수 수제비라도 한그릇 떠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그녀가 올해 낙점한 곳은 남도 보성
그녀의 학창시절 은사님 댁
십수년 손수 일구셨다는 다원
그 다원내 별채
그 집으로 가는 길목의 가로수
여름
점심을 먹고 나선 나들이길
우드랜드를 잠시 들렸다 나온
어느 촌락의 동구밖 느티나무
그늘
평상
한담
부근
작은 연지 여름볕은 이글거리고
느티나무 그늘 아래 동네주민께 소개받은
또 다른 인근마을
후박나무 그늘
(예전처럼 시멘트 칠갑을 하지 않고
나무 데크를 깐것은 값어치있는 쓰임으로
지자체가 아주 잘한 일이다.)
그 옛날처럼 모기방역
훈연차가 지나가고
붉은 여름
녹색 바람
"철수야"
갑자기? 생각 난
또 다른 일행 궁민학교
남자 동창친구를 찾아가는 길
서울토박이로 다니던 대기업 직장 접고
생면부지 이곳에다 터잡은지 만2년
사람을 알겠다
가볍다. 자신을 다 내어준 가벼움으로
부드럽고 편안하고 무심하다.
꽃무늬 나이롱 몸빼바지도 가볍고 편안하고
땀베인 회색 면 티셔츠 그의 가슴도 넓고
눈빛은 고요하다.
동년배라 묻는다.
"편안하신가?"
편안하시단다.
그럼 됐다.
그러면서 백조가 물밖으로 보기 평화로워도
물속에서는 쉼없는 발헤엄을 치는것이라는
솔직함을 더하니
걱정 않는다.
그집으로 드는 골목길
흙담장의 무슨무슨 꽃
하늘 수박?
듣지만 늘 까먹긴 마찬가지.
<그 집>
철수집
한 30분? 1시간?
그가 기른 못생긴? 하지만 찰진 토마토를
얻어먹고 또 몇 알 집어서는
그 집을 나선다.
해거름 무렵
언제 가보랴
숙제하듯 들려보는 정남진
정동진에 이은 '정서진'도 낮설지만
'정남진'이란 이름도 생소하긴 마찬가지
흐린 날이지만
조망은 좋은데
전망탑에는 올라보지 않다.
날이 저문다
천관산
장흥
삼합( 한우 표고 키조개) 저녁을 먹고
소머리 통만한 엄청 큰 수박을 5처눤주고 사서는
숙소로 돌아온 시간이 아홉시, 열시
선생님은 아직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으셨다.
다음날 새벽
눈떠져 시계를 보니 4시 40분
청하니 모두 조용하길레 혼자 길을 나선다.
하긴 조금 전 10분 전까지 끝없는 얘기 파티로 밤을 지세웠다니~
입구의 그 편백나무길
아침 다섯시
보성에 왔으니
예의상으로도 한번 들려봐주어야겠지
지근거리 대한다원
하지만
그 너른 주차장에 나 혼자
화장실에 다녀와도 나 혼자
조금 지나 열두어명. 한무리 출사꾼들이 지나가고 또 나 혼자
아침 안개와 첫 햇살 맑은 신선함을 은근 기대했으나
날 잔뜩 흐리고, 안개는 짙고
종래엔 비까지 간간 흩뿌렸으니
빛은 다 죽고 색은 너무 어두우나
너무나 많이 보아 식상할 수도 있으나
그 무인지경 150만평 차밭을
여러분께 드리니
원하신다면
한 산보하시기를
(천천히 걸으시라 말은 닫고
여럿 중첩해 올린다)
한 낮이면 방문객들은 여기 흰의자에 앉아
발 아래 계류에 발담그고 잠시 땀을 식히나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