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사람의 향기1

우두망찰 2008. 10. 13. 16:13

 

 

사람의 향기1


연2주를 그것도 장기로 밖을 싸다녀 벼룩도 낯짝이 있지

이번 주는 집을 지키며 별 돌볼 피료는 없는 가사도 돌보는 척,

마눌 눈치나 좀 살필까 하는데 전화가 왔다.

‘여기 너무 좋으니 내려오라고.’


안 그래도 혹시 몰라 그 전날 이미 이번 주도 여차저차 나갈지 모른다

눈치 슬슬 보며 사전 설레발을 쳤는데 세상에서 가장 차칸 우리마눌

두 말 않고, 군말 없이 뜻대로 하옵소서다.

(항상하는 얘기지만 우리 마눌 �오. 장가 잘 들었으며, 세상에 가장 행복한 놈은

두말없이 나다.^^)


뿐만 아니라

그간 마음 졸이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신경 쓰이든 일 한 가지도 내가 바라는 대로

가닥을 잡으니 날이야 흐리건 말건, 골치 아픈 환율에, 국제자금경색에, 폭락하는 주가,

반 토막 펀드..... 월욜부터 고민하자, 일단 홀가분하기로 했다.


우리는(아니 나는)한다면 하는 성격, 곧바로 홀가분해져

여서시반 쯤 출발했는데 한달음에 휭 달려 아홉시쯤 도착했다.


기실 사전 아는 지식이라야

지명하나 달랑 알았지. 거기 누가 있는지, 뭘 하러 가는지, 무엇 때문에 가는지

전혀 모르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무턱대고 오라니, 택도 �시 내려간 것.


그런데 고속도로 출구IC에서부터 기다렸다.

나를 청한 지인(그도 객)과 또 한사람.

그것도 생면부지. 묘령의 여인네다.


그러고도 다짜고짜 노래방을 가야한다고 해 얼떨결에

노래방으로 갔는데, 또 한분의 남정네.

깡통맥주 몇 개를 놓고 서두 꼬리 다 빼고 단도직입적으로

노래 한 자락 나누는 것으로 수인사를 대신하고(고백컨대 3년 만에 간 노래방이며

내가 부른 노래는 광화문 연가다.) 우리는 또 근처에 있는 휴게소 화장실에서 해우하며

바라보는 들국화 애기를 하다, 거기 있는 산성에 가보자, 가서 우동도 한 그릇 먹자

의기투합해 한참을 돌아 뒷골목 개구멍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산성으로 갔다.


나야 경장차림이지만 누구는 쓰리빠차림.

반달에서 좀 더 배부른 달이 구름사이로 중공 중에 떠 있는데, 추풍령 조령 죽령 육십령.

하여간에 이 네 곳 중 하나로 전방경개가 탁월하니 뻥 뚫린 혈자리 야적한(야심하고

적막한) 그곳에서 우두망찰하며 흰소리 몇 마디하다 화장실만 구경하고

우동은 먹지 않고 내려와 이제

하선 중선 상선 중 신선이 산다는 그 냥반 집으로 향했다.


다시 그이 노모님이 준비한 배추전? 아니 야체전으로 주말을 맞아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모 저널에 종사한다는 그 댁 마나님까지 합세해

이제 본격적 술판을 벌렸는데

새로 지은 집, 새로 낸 시집에서 몇 수 뽑아 산이 쓰러지고 이슬이 마르도록~

이 아니고 가비얍게 멍석 딸기주 한 단지, 포도주 두어병을 쓰러뜨렸다.


다음 날.

올갱이국으로 속을 달래자 하비를 보고 나는 먼저 자전거를 타고 대강 들은 주소.

그 동네 읍네까지 한 25키로를 단숨에 내달렸는데 아뿔싸 속도가 과했는지

경고장을 받았다. 나는 죄가 없소이다. 죄 있다면 그건 아침 콧구멍부터 x구멍까지

속이 뻥 뚫리도록 차고 맑고 시린 산속 공기와 맑은 계류, 단풍드는 나무, 호소, 강.

걔네들이 홀려서 마리지요.~~ 중얼중얼


자장거를 압류당하고 닭장차에 실려 다시 온 곳이 그 묘령의 여인네의 집.

또 얼떨결에 그 분 남편과 아이들 셋과 심지어 시부모님에게 까지 인사를 드리고

손수 차린 아침상 앞에 온가족과 함께 앉으니......


나는 공언했다.

밥 두 공기 먹겠다고.

그것도 모자라 반찬까지 싹쓰리로 다해치우고 체면이 없어

설거지만은 필히 내가 해야 한다 그리 떼를 썼건만 굳이 살림살이 다 아는

익숙한 자기가 해야 한다며 나를 부엌에서 몰아낸 그 냥반.

뒤뜰로 나와 오만가지가 나열된~ 딱 오만가지만 있는 그 집 안뜰에서

나는 입가심으로 커피대신 방금 딴 송이 한 송이를 날것으로 먹어치웠는데

~~


송이 향내 나는 사람.

좋은 시는 세상에 참 많지만

좋은 사람 만나기는 쉽지 않아

 

감사하도 고맙습니다.

변죽 말고 바로 심장으로 뛰어드는 말 한마디를

어색하지 않고 재지 않고 주저하지 않으며 해도 되고 할 줄 알며

받아주고 받아지는 (그래서 바다란 말이 생겼나 보다.)

비록 내 가식과 위선이 투영되는듯해 부끄럽지만

여정 내 ‘꼭 깨친 사람 같아.’ 지인께 토로한

그런 좋은 이웃을 알게 되어 참 고맙고 감사하답니다.

  

                                   <이 졸필을 그 분께 바친다.>  

 

 

 

 그 집 뒤 하늘

 

 

 

 

 

 장독대

 

 

 

 

 

 천국이 아마 이런데지~

 

 

 

 

 

 동으로  흐르는 강

 

 

 

 

 

 

 

 

 

 

 

 

 

 

 

 

 

 

 

 

 

한 알씩 따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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