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남쪽바다3

우두망찰 2008. 6. 12. 11:10

 

 

 

 

 

~

다는 점차 숨이 차올라 헐떡이듯 요란하다.

  '지금이 적기야. 저 녀석은 예신에 불과 할지도 몰라.’ 

머리가 분석하고 행동을 명한다. 그러나 난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미온적이다.

  '생활이 그러하듯 승부는 그런 게 아니야.’ 머리가 채근을 한다.

  '해답은 알고 있다.'

  '기회를 놓치지 마라.'

그러나 마음은 딴청을 부리고 있다. 그리고 변명 같은 말도 부침한다.

  '그로서 됐어. 순간의 미묘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던 선명했던 그 조우.

한순간 폭발하듯 넘치던 긴장. 온몸으로 퍼지던 그 힘의 전율과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깨끗했던 승부. 그리고 덤으로 멋진 그의 자태까지 보았으니…….'

일테면 바다는 배신을 하지 않았고 고기도 실망을 시키지 않았다고 마음이

투덜거린다. 일 깨우쳐진 머리는 전략가처럼 가만히 있다. 그 고기의 자태는

아니 매 순간순간은 눈에 잡힐 듯 선하다.


러고, 나는 좀 더 많이 사위를 둘러보고, 바람소리가 어떤지 잠시 정색

해 들어보고, 바다에도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고, 두 다리를 쭉 펴고 편하

게 앉았다가 눕다가, 다시 등이 쭈뼛쭈뼛한 낚시용 칼로 담치 류나 고동 등

을 따다가 파도를 뒤집어쓰고 괜히 왔다 갔다 하다가 낚시는 장난하듯 했다.

그 사이 한껏 부푼 바다를 따라 들어온 잡어들, 일테면 고등어, 전갱이, 학

꽁치, 어린농어 등 중층수 이상을 무리지어 선유하는 고기들을 장난치듯

유희하며 몇 마리 잡아놓고, 그도 귀찮아 바위틈에서 주운 큼지막한 고동

종류를 통째 끼워놓고 점심을 펴다. 바다는 이제 한결 조용하다. 만조가 된

것이다. 

 

 

 

접이식 두레박으로 바닷물을 길어 학꽁치 몇 마리와 새끼농어를 씻어 뼈 체

썰어 놓다. 내 낚시용 칼은 튼튼하다. 알맞은 두께로 섬뜩하니 날카롭다. 고

등어는 왕소금을 뿌려 은박지에 싸서 굽고 도시락을 펼치다. 하얀 압축 스

티로폼 곽의 노란 고무 밴드묶음을 풀자 두 개가 나란히 자동으로 펼쳐진다.

두 시간 거리의 문명이 문득 이질스럽다. 고명으로 뿌린 참깨에 양념무

뱅어포, 비닐에 싸인 김과 김치 한 봉지, 우스꽝스레 큰 풋고추 하나….

신 새벽 해장국 먹던 그 야식집의 작품이다. 아니, 여기서도 그 흔한 인스

턴트 문명인가 보다. 모두들 바쁠 테니. 내가 준비한 원시 야만과 묘한 대

조를 이룬다. 예전에 소박하던, 그러나 푸근하던 점심보퉁이 생각이 난다.

어쨌건 성찬이다. 천천히 점심을 들다.


다는 이제 완전히 풀린 듯하다. 바람은 아직 힘이 있었지만 한 결로 길

들여져  많이 부드러워지고, 햇볕은 약간의 더위를 느낄 만큼 따사롭다. 둥

글게 부풀고 느려진 바다가 마음껏 그의 가슴을 열어 하늘과 맞닿아 정상회

담이라도 하는 듯 여유롭다. 햇살이 눈부시다. 원숙해진 바다는 깊숙이 그

빛을 빨아들인다. 모든 것이 정점을 향해 힘껏 달려와서는 지금 막 이 모든

걸 풀어놓은 듯, 충만한 기운이 공간에 가득하다. 시간이 정지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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