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봤음직한 곰브리치가 쓴 그 유명한 서양미술사란 책의 초반부에
미술의 기원부분에서 인용된 아주 오래된 벽화작품으로 꽃을 꺽는 여인이란
그림이 나온다.
이집트 문명이 한 창일 무렵인 BC2~3천년 경에도 회화의 수준이 입체적 표현법을 몰라
얼굴 그림은 모두 정면 대신 측면만 그리다가, 기원 전후 그리스 로마문명에 이르러서야
겨우 비례며 대칭, 정색한 사실적 표현이 가능해져 중세까지 쭉 이어져왔다는데.
이 그림은 거의 현대회화 -인상파 수준이어(주제며 색감이며 표현기법이) 책을 보던 당시
절로 탄성이 나오게 했는데~
팔등신,
인체의 굴곡이 잘 들어나는 풍성한 주름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트레머리를 하고
부드러운 황금빛 역광으로 목부터 굴곡진 허리선, 알맞은 둔부 발목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뒤태를 드러내며 바구니에 들꽃을 꺽어 담는 그 그림.
그 시대에 과연 그것이 가능했을까? 즉 일테면 정면도 측면도 아닌 얼굴 없는 뒤태.
정색한 초상이나 종교적 제의의식이 아닌 일상. 그리고 굳이 꽃을 그리렸으면
장미나 개성강한 선명함이 아닌 그냥 들판에 흔히 널린 장삼이사 갑남을녀 들꽃.
그리고 그 부드럽게 풀린 오후?의 몽환적 분위기라니~
이 꽃? 열매화석을 봤을 때의 첫 느낌도 그랬다.
인간의 세월로는 도저히 가늠이 안 되는 먼 선사시대.
그 태초의 들판에 어느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 이 열매, 꽃을 꺽어 돌 속에 숨겨 놓았느뇨?
그리고 다시 그 돌 속에 숨결을 불어넣어 지금 이 시간 걸어 나오게 해
나와 얘기를 나누게 만드느뇨.~~~
<집뒤 잡초를 배경으로 져가는 벚꽃>
글의 내용은 기억에 의존함으로 사실관계는 정확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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