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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回

우두망찰 2011. 11. 30. 16:36

 

 

 

 

 

 

 

 

 

 

 

 

 

 

 

11월 마지막 날

가을의 마지막 날이기도 한데 비다.

한 달 내 질금거리고도 또 다시고, 마지막까지인걸 보면

아쉬움이 많음인가? 기분이 무겁다. 날씨처럼

 

 

 

 

 

 

 

 

 

 

 

 

기록으로 보면 내가 이 공간을 연 것이 20055월이니 7년 세월에 가깝고

누적 방문객수는 284,899(?). 또 세상으로 띄워 보낸 편지하소연은

이것으로 978, 머잖아 1000번에 이를 것이다.

내 삶에서 온전한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 - 유년과 노년을 뺀다면

아마도 1/10쯤의 시간일까?

 그 세월동안 나는 이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 마음들을 만났으며

위로받고 위안을 얻었든가?

잘났든 못났든, 내용이 알차든 쭉정이든 그 천회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또한 세상사 알 수 없으니 바로 코앞일 것 같은 천회는 과연 이를 수 있을 것인가?

 

 

 

 

 

 

 

 

 

살면서 나는 세 번의 죽음의 고비를 맞았던 것 같다.

첫 번은 내 기억에도 없는 아주 어린 나이 때의 일로

그때의 외과적 수술자국이 아직 내 오른쪽 목에 남아있으며

두 번째는 군대있을 때의 일로 원인모를 열병에 걸려 체온이 40도를 오르내릴 때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때 맞춰 후송을 보내라 호통지며 명령을 내려 준

그 군의관이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달 간의 투병 후 49kg몸무게로 다시 원대복귀 의무기한을 채우고 재대했다.

후에 밝혀진 추측성 병명은 장티푸스)

 

 

 

 

 

 

 

 

 

마지막은 우리 큰 아이가 취학 전이니 지금으로부터 한 20여년전.

군에 있을 때와 비슷한 증세로 사는 곳 인근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그 이십 여일의 투병기간 동안 나는 막연하고 관념적이던 세상이치를

살아있는 실체로 몸소 체험하고 깨닫게 되었다.

이를테면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명은 얼마나 소중한가!

또 내 이웃은 얼마나 눈물겹게 고마운가! 작고 보잘것없더라도 세상 모든

생명, 사물을 사랑해야지.

아무것도 모르고 회복기에 첫 면회를 온 네 살, 여섯 살 천진난만 아이들을 바라보며

몰래 눈물을 훔치며, 죽음의 공포와 삶의 희열을 꼽 씹으며 다짐하고 되뇌였던 생각들

 

 

 

 

(오늘 아침 동네 자작 -강원산간은 눈인데 이제사 단풍이다)

 

 

 

마찬가지 48kg. 형편없이 마른 몸으로 퇴원해서는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데

  ~

어쩌다 보니 1년도 넘는 오랜 시간이 지난 어제 우연히 이 공간에서 알게 된

어떤 지우의 집을 방문해보게 되었다.

비교적 초창기 때 알았던 분으로 내가 약간의 연모에다 존경의 념까지 가져도 좋았던

대단히 활달하고 명랑하며 모범적 바른생활에 지성에 감성, 문무를 함께 겸비한

씩씩한 분이시다.

 

 

 

 

 

 

(고향, 친구집 뒤란 헛개나무) 

 

 

 

 

 

 

 

 

 

 

그런데 그 분이 아프시단다.

 

 

(동네 주택 담벼락 느티나무 -2주전 주일)

 

 

 

 

그것도 아주 많이 위중하며, 고통은 형언키 어려운 극심한 몸쓸 병이라

무슨 말이 위로가 될까

말 한마디 붙이기도 죄스러워 겨우 한마디 구석에 던져놓고 나왔는데

먹먹한 가슴. 돌아보는 삶. 소중한 가치. 이 모든 순간순간들.

 

모쪼록 그 분의 투병이 덜 고통스러우며 하루하루 치유로 한걸음씩

이행되도록 간절한 마음 면전에다 말고 여기에다 적는다.

 

 

 

(고향 텃밭 감나무 -올 가을)

 

 

 

 

적는다.

마음을 표하는 것이니

비록 한마디 말이라도 하고 않고는, 있고 없고의 차이만큼 클수도 있어

이 세상에서 이 아니라면 어찌 우리가 잠시나마 알고 교류하며

마음을 나눴다 할 수 있을까

 

 

 

 

 

 

 

 

 

 

 

 

 

 

 

 

 

 

 

 

 

 

 

 

 

 

 

 

 

 

 

 

 

 

 

 

 

 

 

 

 

 

 

 

 

 

 

(아침 출근길 가을)

 

 

 

가을은 속절없이 가지만

머잖아 동지 지나 햇살이 한뼘씩 길어지듯

다시 봄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