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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音

우두망찰 2011. 11. 25. 12:52

 

 

 

 

 

 

 

 

 

 

 

 

 

 

 

 

 

 

 

 

 

 

나는 어릴 적 어떤 소리하나를 듣고 자랐다.

사방 십리x2 =이십리

두 손 모아 물을 깃는 형국의 손바닥만하게 자그마하고

손바닥 안같이 오목하고, 손바닥 안 같이 안온한 통통한

고구마, 어쩌면 감자 닮은 마을

우리 집 사랑채 툇마루에 서면 가끔 들리던 소리.

하늘에서 들리던 소리. 구름물결처럼 하늘에서 퍼져나가던 소리.

생각해보니 그 소리는 대체로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 아침이

대부분이었고, 눈 오는 날이기도 했으며, 비오는 날은 대체로 잘

들리지 않은 이른바 기차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리는 실체가 보이지 않아, 본 적이 없어 마치

하늘의 구름 이랑을 침목삼아 햇빛 레일을 달리는, 한참 후

세상이지만 은하철도 999를 연상한다면 쉽게 이해가 될까?

하여튼 직선거리 이십리, 해발고도 평균 4~500 산들이 병풍

처럼 둘러 처진 너머 딴 세상이었으니. 그래도 여기서 구름의

두터운 이불이 얼마나 음 반사에 훌륭한 공명판이란 사실은

실제적으로 알 수 있는 공부가 되지 않은가.

이를 또 기교 부려 이야기하면 소리는 맑은 날 하늘로 하늘로

제 꾐에 빠진 아이처럼 위로만 올라가고, 흐린 날에서야 이윽고

고개 숙여 발아래 세상 자신을 돌아보니 그건 비처럼 스며드는

감응 또는 안쪽으로의 응시라~    하여튼

 

 

 

 

 

 

 

 

 

 

 

 

 

 

 

그로부터 몇 년 지나 처음 읍내를 나가본 것이 국민핵교 2학년.

다시 2년 후 4학년. 하얀 외줄기 시골 신작로 (길)을 타박타박

걸어 모롱이 돌아 딴 세상. 까마득 중공 중에 달린 철교 난간을

부여잡고 오금 저려 시퍼런 강물 위를 건너 그 소리의 실체를 처음보고

처음 타고, 휘황한 요지경 속 같은 낮선 도시 아라비안나이트

어둠속에 내리게 되었으니~

그때 촌놈 내가 처음 낸 소리 우와, 디따 마이 발전했네!”

發展이란 그 어린애 문자 속을 신기해 하고 대견해 하던

도시 살던 내 종형, 당시 중학생 -지금은 세상에 없는 ㅠㅠ

 

 

 

 

 

 

 

 

 

 

 

 

 

 

그 어린 꿈속으로 증기기관, 디젤기관의 아련한 소리 디테일까지

선명히 전해주던 먼 옛날 그 조용한 세상위로 겹쳐 이제 거기로는

광속으로 지나는 놈이 생겼으니 아직도 저 산 저 구름은 그 소리를

그대로 담아 어느 산골아이 꿈속 귓전으로 전해주려나 아니면

이 번잡한 세상 소음에 묻혀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영영

사라져 버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