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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ise

우두망찰 2010. 12. 13. 15:53

 

 

 

 

 

 

 

 

 

 

 

 

 

 

 

약속



적어놓고 보니

연애하는 것처럼 참 멋진 제목이다.

약속이라니~


몇 번의 거짓말을 한 적 있는데

바로 이 섬, 교동도와 수렴동에 대한 올해의 약속이다.

(어쩌면 이 교동도는 작년 것인지도 모른다.)

한 달에 한번 가겠다고

마치 멀리 둔 애인에게 한 약속처럼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마음 한구석 늘 찜찜했는데

올 겨울 들고 최고로 춥다는 어제 일요일 아침


안 그래도 연일 혹사하는 몸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어

병원 가 카메라 집어넣어 속내도 한번 들다보고

피도 한 대롱 뽑아 이리저리 살펴봤는데

결과는 이상 무.

아직은~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고마운 줄 아니 좀 아껴보기로 한다.

그래 짬 날 때마다 운동인데

 

< 춥고... 겨울. 들어가는 사람도 차도 없다>

 

 

 

 

아니다.

그제 주말 밤. 새벽까지의 음주 후 귀가길

집 앞 국밥집에서 홀연 술이 깨어 뜨거운 콩나물 국밥 한 그릇 홀로 해치우고

무슨 청승에선지 또 차안에서 영화 한편을 보게 되었는데~

뭐야 이거, 열 번쯤 새어나오는 신음을 어금니로 짓씹고

눈 뜬 아침

 

 

안되겠다. 

맺힌 것들은 풀어야

그러기엔 이 날씨가 최적이군~

 

 

 

(중무장했지만

전날 음주로 눈동자가 다 풀렸다.-요즘 배운 셀카질)

 

 

 


하지만 읍내에서 또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이 국밥집 괜찮다)

하점 지나(하성과 함께 하점이란 이 지명, 특별한 관심이 있다.)

창후리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1시

요즘의 사태를 반영하듯 검문이 좀 빡센데

<모 미술관 불타는 인민페 영상작품을 찍은 것이니~>

 

 

‘카메라, 군 초소나 해안가는 찍지 말 것이며, 5시 막배이니~’

 

 

 

 


월선포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이 벌써 2시

속에 있는 것 털어내려면 개 발에 땀나게 한번~

아니지 등줄기에 땀 베이게 한번 패달을 저어줘야

 

 

 

<여름의 그 들머리 과수원>

 

 

 

 

 

 

 

 

 

 

 

 

 

 

 

 

 

 

 

 

 

 

 

 

 

 

 

 

 

 

 

 

 

 

 

( 누구 마음인지 이상하게 자작 한 그루가 서있다

섬에 유일할 것이다.)

 

 

 

 

 

 

 

 

 

(서해 염전 소금창고들처럼 이 섬의 양철로 된 정미소들도

다 삭아내리기 전 자료로 찍어둘 가치를 느낀다.)

 

 

 

 

 

 

 

 

 

 

 

 

 

 

 

 

 

 

 

 

 

 

 

 

 

 

 

 

 

 

 

 

 

 

 

 

(가장 단순한 집의 원형질의 모습. 묘한 감흥을 준다)

 

 

 

 

 

 

 

 

 

 

 

 

 

 

 

 

 

 

 

 


했는데 그림처럼 또 이것저것 해찰하느라 그러지 못했고

섬의 끝부분에 도착해서는 또 전혀 기대치 않은

수없이 밀려오는 새떼들의 파도를 마주했으니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끝없이 밀려오는 새떼들을 한 30분 지켜보다>

 

 

 

 


장석남 시인의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이든가

하는 시가, 시 제목만 생각났는데 짧은 겨울 해

시간도 없어 그제서야 정신 차려 스피드를 한번 올려보니 

30km. 몸 풀기는 조금 미진한 거리

4시10분 다시 월선포 선착장 도로 도착

거기서 무의미하게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 다시 뭍으로

(여기도 아직 섬이군 ㅜㅜ)


 

 

 

 

 

 

 

 

 

 

 

 

 

 

 


섬에 가야 섬을 볼 수 있다

섬 끝머리

그 은빛 바다 눈뜰 수 없는 미지, 미시에서 

거짓말처럼 날아오는 새

빈 들에 서 준비없이 그를 지켜보다가

삶은 때로 이런 격랑도 예비 되어 있나니

그저 바라보고 맞을밖에

나는 꼼짝도 하기 싫다

 


 

 

 

 

 

 

 

 

 

 

 


**********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장석남


찌르라기 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 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이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1992년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

쌀 씻어 안치는 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나이들어 처음으로 하루 종일

이어폰을 끼고 있어 이 소리를 듣지 못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