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발견

우두망찰 2010. 4. 16. 18:14

 

 

 

 

 

 

 

  

 

 

 

 

 

소리


새소리에 잠을 깨다.

내가 그 프로를 처음 본 것은 코스타리카 국립공원 것이었다.

첫날은 해안습지

하지만 바다는 보이지 않고 온통 저습지로 왼갖 종류의 새들

날개 짓 소리. 단발성, 외마디에서 구별이 안 되는 무리 소리.

바람소리. 해조음. 이 모두가 뒤섞인 어딘가 나사가 빠져 약간 삐걱이는 듯한 소리.

무슨 소린진 알 수 없지만 공간에 대단히 충만된 소리. 아무소리도 없이 단지

정적인 배경이 만들어내는 아주 시끄럽고 하염없는 소리.

이것은 지구가 도는 소리.

 

 

 

 

 

 

 

 

다음날은 해안비치

가끔은 산책하는, 조깅하는, 따라 뛰는 강아지. 한적한 해변.

서퍼. 이른 새벽의 서퍼. 비키니 젊은 아가씨 홀로 파도와 사랑에 빠지고

낚시꾼. 반바지로 물에 들어 잠수로 파도를 피하고

원시인처럼 끝에 추를 달아 돌려 원심력으로 미끼를 내보내고 손에 감아

감을 잡는 외줄낚시. 수확물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다음날은 산정, 계곡.

마찬가지 코스타리카 national park.

코스타리카는 영화 쥬라기 공원의 배경이 될 만큼 원시림이 울창한데

온갖 식생, 생명의 보고. 명과 암. 단 두 색에서

이 모두는 한 시간 안에  탄생하고

 

 

 

 

한 시간 

아뭇소리 않고 한마디 말도 없이

침묵으로 지켜보는 세상

명상. 지극히 수동적인 카메라 웍으로 눈뜨는 고요한 명상.

세상.

하지만 마이크는 켜 있어 아무소리나 다 자유롭게 넘나들고

이입하여 마침내 해 뜨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Sunrise earth

이 프로그램 이름이다.

매일 아침6시부터 7시까지. 디스커버리

그제는 앙코르 왓 사원이었고

-역시 잠을 자다 깨다 본 한 시간 사이

기도하는 여인네가 눈 한번 감았다 뜬 사이. 촛불한번 흔들리는 사이 

나무는 자라 거대한 식충식물, 보아구렁이처럼 탑 하나를 말없이 삼켰다. -

 

 

 


어제는 계림

이 글의 배경인데

리강. 씽핑. Xing ping 흥평(興平).

가마우지 낚시. 전통의상. 석유를 연료로 하는 근대등불

오늘 아침은 캄보디아 사원이었고 아이들이 걸어 나왔다.



 

 

 

 

 

 

 


내가 소년시절이었을 때

(더 정확히는 막 청년기로 접어 든 애송이 스물이었을 때)

꿈 셋이 있었다.

그 첫째는 낙동강에 뗏목을 띄워 밤이나 낮이나 흘러 바다까지 이르는 것이었고.

 

 

 

은 시내에 샤워캡슐 같은걸 지어 스무살 데이트를 앞둔 청춘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사업을 벌이는 일.

 

 

 

 

은 고정된 영상으로 한 벽면을 온통 채우고 음악을 풀어

그 아래 연인들이 앉아 마치 산인듯 바다인듯 계곡인듯 휴양지인듯

로만틱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면 장사되겠다는 생각.

 

 

 

 


첫째는 그를 위해

통나무 거쳐 대나무, 플라스틱에 이르도록 뗏목을 제작하는 도면을 그렸다는 것.

강 하구언이 막히기 전 결행 해야겠다는 택도 아닌 생각에 아주 시리어스하게 몰입했었단 사실

(그때 내 여자친구는 이 사실을 안다. 하지만 모른다. 지금 그녀가 어디 있는지 모르므로.)  

 

둘째, 셋째는 당시 연애에 빠져 어떡하면 좀 깨끗하고 근사한 모습으로 상대 앞에 나설까,

데이트 장소로 그런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순전히 지 바람이 만들어낸

열망의 소산인지 모르나


지금은 그렇고 그런지 몰라도

생각해보자. 근 30년을 넘어 거슬러 오른 그 시절

이 무성 영화같은 생각은 참으로 참신하고 현실성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가용은 거의 그림의 떡. 테리비젼이 칼라는 물론 보급 된지도 얼마지 않은 시절.)

 

 

 


신기하지 않는가?

이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그 설명하기 좋아하고, 옳고, 바르고, 맞고, 똑 떨어지는 소리만 하는 방송에서

입 닫아걸고 -그것도 한 시간씩이나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저 바라만 본다는 것.

-보여 주는게 결코 아니다. 이건 혁명. 소위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이니

이 아이디어는 누구의 것인가?


그러니 누가 누구에게 지적재산권, 사용료? 비스므리한걸 지불해야 마땅하다

그리 생각지 않으시는가?

한강도 그렇고~


그 한 시간 동안의 침묵을 체험해 보시라 권해드린다.


 

 

 

 

<다음 사진은 오늘아침 캄보디아 사진> 

 

 

 

 

 

 

 

 

 

 

 

 일찍 등교

 

 

 

앞으로 나란히 나란히

 

 

 

 

 

 

 

 

 

 

 

 

 

 

 

운동장 청소

 

By cleaning ~ 다음 문장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이렇듯 꼭 설명이 필요할땐 가끔씩 한두줄 문자로.

카메라는 운동장? 사원마당 한켠에 자리잡고 마치

수도자의 시선마냥 굼뜨게 마침 생각난듯 가끔씩 주변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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