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그린
이 계절, 이 지역을 가게 되면
만나는 독특한 느낌(풍광? 색?)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올리브 그린이다.
지금 들고 다니는 카메라 가방도 올리브 (모두 검은색 중 유일한 이색異色)
그렇다고 아직 한창 성숙중인 젊은 쑥색, 다크 그린은 아니고
연둣빛, 햇빛을 받을 때면 잘 익은 과실처럼 투명한 황금빛 이미지로도 떠오르는
이 성숙하고 따뜻한 느낌의 올리브 그린.
- 전반적으로 중북부 유럽지형을 연상시키는 낮은 구릉지와 군데군데 숲.
그 속에 지붕만 보이는 장원 같은 건물. 가을 들판. 기저 색 붉은 황토. 정연히 손질된 이랑.
그 속에 새파란 가을배추 무의 선명한 녹색. 청명한 대기, 빛나는 바다은빛.
바람. 가을. 느낌. 해송. 이 모두가 녹아든 공기. 이 모두를 합쳐 논 듯 한 색
바로 올리브 그린.
생강, 그 잎새 색이다.
그런데 사진이 없다.
지난 주 그 잎새 색이 마침 알맞게 익어
어떻게 보면 연둣빛인듯, 한소큼 덜어낸 밝은 녹색인듯, 아직 푸른기 감도는 댓잎인듯
붉은 황토위에 투명한 황금녹색? 으로 무리지어 서걱이며
나를 설레게 했는데
좀 더 가, 좀 더 가, 하다가 결국은 놓치고
~
~
이번 주까지 아직 남아있으려나?
보다 성숙해졌을까?
조락의 기운으로 이제 그 빛남을 잃었을까?
아직 김장철 아니니
서리 내리기 전
또 가보지는 못하고
생강 향처럼 미련을 입속으로 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