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17 석병리가는 길
석병리 가는 길
이곳의 지형은 특색이 있다.
대체로 중부고속도 진천 음성구간
호법 일죽 구간에서 만나는 높낮이차가 심한 길
영동고속도로 문막 여주부터 양지 신갈 구간의 개활
서해안 홍성 해미 대천에 이르는 높은 길에서의 저습지 조망
아래로 만경 변산 고창 들길
중앙고속도 안동에서 영주 풍기를 지나며 바라보는 소백산맥 일몰
중부내륙고속도 상주 함창구간 배 밭길
동해 고속도로서 원경으로 보는 겨울 태백산맥 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시흥 조남 구간의 오후 시간
대체로 내가 좋아하는 고속도로 중심 주변풍광이며
이들 장소의 공통점은 모두 개활지, 구릉지란 점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던 산맥은 이 곶까지 세력을 뻗지 않고
그 남은 여력을 모아 모두 서쪽으로 내달리고 나면
이곳은 그야말로 평화로운 背面. 온통 구릉지로
갈기 세운 바람이 마음껏 뛰놀기 좋은 곳.
대체로 바람의 방향도 서에서 동으로 일정하여
구릉과 해면 약 20m 표고 차에 집들이 깃들어 안전하고
(태풍의 진행방향이나 기타 바다 쪽 기상상황에서 이 구릉과
바람방향은 임해한 집들에게 거의 완벽한 천연방벽이 되는 듯 하다.)
그 마을. 그 집. 그 뜰.
<들지않고 뒤쪽에서 찍다. 아래 사진 두장은 예전 것>
도착하는 날이면 우리는
구룡포 시장으로 나가 큰 아이스박스로 하나 가득
홍게, 대게 사촌쯤을 한 상자 삶고
(홍게에서 대게까지 한 다섯 종류로 구분된다한다.)
동해 골뱅이도 한 상자 삶고 하여 들며나며 머무는 내 까먹으며
특히나 밤이면 저 마당 돌무더기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한잔 마시며, 밤새 이야기하며, 음악을 들으며
꿈같은 시간을 보냈던 것이니~
음악은 바람에 날려 불꽃처럼 너울거리기도 했었다.
(이 집은 모든 전자제품의 무덤이다. 무슨 얘긴고 하니 모든 가전제품은 수명이 다하여 새것으로 교체되면 마지막 퇴역장소로 이곳으로 와 잔여수명이 다할 때까지 봉사하다 폐기처분되는 것이니. 이 집이야 말로 없는 가전제품이 없으며, 그것도 시대별로도 있어, 오디오의 경우 수신 상태가 좋지 않아 그 옛날 단파방송을 듣는 것처럼 노이즈 심한 그 소리가 바람에 날려 프랑스 영화처럼 묘한 감흥을 자아내곤 했었다.)
그리고 창문에 달아놓았던 여러 종류 서양식 풍경이 내는 소리
지금 지붕이 날아간 저 방 창문으로 내다보던 바다
창틀에 하얗게 달라붙어 키가 커가던 소금끼
낡았지만 편안하던 등나무 소파
윙윙거리던 바람소리
따끈한 아랫목
혼곤한 낮잠
어쨌거나 이 이야기를 하자면 또 소설한권 분량이므로
다음에 온전한 소설한편 탄생을 위해 남겨놓기로 하고 다시 발길을 옳긴다.
그전 하나라도 더 붙들어두려 꼭꼭 마음속에 챙기는 것도 잊지 않고.
1. 꽃 무릇
2. 마파도. 백수해안도로
3. 길을 잃다.
4. 주암호
5. 꼬막
6. 순천만 갈대
7. 남해
8. 새들은 모두 해뜨는 곳으로 날아갔다.
9. 세상에 가장 친절한 안내판
10. 미조
11. 물건
12. 매를 보다
13. 아팠다
14. 10.3일 새벽
15. 10.4일 on Air
16. 을숙도 몰운대 다대포 하단
17. last day
18. 나의 첫 바다
19. 동해남부선
20. 아, 간절곶
21. 영광 고리 월성 울진
22. 온산
23. 정자 감포
24. 구룡포
25. 구룡포 해수욕장
26. 바람-1
27. 석병리 가는 길
28. 등 뒤가 뜨거워지고 있다.
29. 돌지않는 풍차
30. 영일만 구만리
31. 바람-2
32. 만의 가장 깊은 곳
33. 7번국도
34. 바람 -3
35. 바다 -1, 2, 3, 4, 5, 6, 7.......
36. 산으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