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아시호수 -목석
호수에 봄이 오면 산은 연노랑 물빛이 될 거야
삼나무에 봄 햇살이 닿으면
후두둑 눈들이 날개를 펴고
금방 황금빛 새소리로 돌아올지도 몰라
쫑쫑쫑 어디선가 샘물 터지는 꼼지락거리는
소리 들리면, 늙은 川端康成
‘이즈’의 고개를 넘는 풀려진 다리가 보이고
구름 한 쪽 끝에선
사미센이 칼을 들고 있을지도 몰라
밤마다 나타나는 호수의 정령들이
꽃노래를 부르면
나는 사미센 줄로 목을 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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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석 시인
청이 있소
나도 그 샤미센 줄에 목매게 해 주시오
이제 나도 늙어 늙은 川端康成처럼 ‘이즈’ 고개 넘어
샤미센 정령같이 깊고 오묘한 여인네와
마지막 연애를 다리 풀리게 한번 해보고 잡소
연노랑 물감 같은 씨 하나 서로 얽킬 수 있다면.
시인의 감수성에 베인 선혈 한 방울
무지개처럼 투명히 칼날 끝에 피어나는 아침
연노랑빛 더 잘 보일거란 열망으로 사진한장 더 첨가한다.
***
위 시는 전에 한번 인용한적 있는 ‘목련, 피다’ 의
친구가 여길(동경인근 하꼬네)다녀와 남긴 것으로
마침 나도 볼일 중 일요일 하루 짬을 내 둘러보게 되었다.
짙은 화장 게이샤도, 샤미센 정령도 이미 내 무딘 감수성을
뚫고 들어오긴 역부족일테니 일치감치 포기하고
깊은 산 마지막 한적한 노천탕에 몸을 눕히자니
계절은 분명 아직 가을인데도 산은 이미 연노랑 빛이었고
빌어먹을
축복처럼 삼박사일 날씨는 환장하도록 맑았다.
해발 천 미터쯤 일어난 일
뒤지게 욕먹겠지만 산은 산
억지로 산하나 곁다리로 보탠다.
이 능선의 연노랑도 말할 수 없이 오묘했는데 사진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