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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망찰 2005. 12. 22. 20:36

 

 

 

 

 

 

 

 

 

 

 

 

아시호수       -목석


호수에 봄이 오면 산은 연노랑 물빛이 될 거야

삼나무에 봄 햇살이 닿으면

후두둑 눈들이 날개를 펴고

금방 황금빛 새소리로 돌아올지도 몰라

쫑쫑쫑 어디선가 샘물 터지는 꼼지락거리는

소리 들리면, 늙은 川端康成

‘이즈’의 고개를 넘는 풀려진 다리가 보이고

구름 한 쪽 끝에선

사미센이 칼을 들고 있을지도 몰라

밤마다 나타나는 호수의 정령들이

꽃노래를 부르면

나는 사미센 줄로 목을 멜 거야

 

 

 

 


 


**

목석 시인

청이 있소

나도 그 샤미센 줄에 목매게 해 주시오

이제 나도 늙어 늙은 川端康成처럼 ‘이즈’ 고개 넘어

샤미센 정령같이 깊고 오묘한 여인네와

마지막 연애를 다리 풀리게 한번 해보고 잡소

연노랑 물감 같은 씨 하나 서로 얽킬 수 있다면.

시인의 감수성에 베인 선혈 한 방울

무지개처럼 투명히 칼날 끝에 피어나는 아침


 

 

 

연노랑빛 더 잘 보일거란 열망으로 사진한장 더 첨가한다.

 

 

 


***

위 시는 전에 한번 인용한적 있는 ‘목련, 피다’ 의

친구가 여길(동경인근 하꼬네)다녀와 남긴 것으로

마침 나도 볼일 중 일요일 하루 짬을 내 둘러보게 되었다.

짙은 화장 게이샤도, 샤미센 정령도 이미 내 무딘 감수성을

뚫고 들어오긴 역부족일테니 일치감치 포기하고

깊은 산 마지막 한적한 노천탕에 몸을 눕히자니

계절은 분명 아직 가을인데도 산은 이미 연노랑 빛이었고

빌어먹을

축복처럼 삼박사일 날씨는 환장하도록 맑았다.

해발 천 미터쯤 일어난 일

뒤지게 욕먹겠지만 산은 산

억지로 산하나 곁다리로 보탠다.

 

 

 

 

 

 

 

 

 

 

 

 

 

 

 

 

 

이 능선의 연노랑도 말할 수 없이 오묘했는데 사진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