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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휴게소

우두망찰 2005. 5. 18. 12:18
 

 

 

 

 

내가 그 휴게소를 발견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간 뻔질나게 지나다니면서도

최근에 발견했다는 이 말이 어폐가 없지도 않겠으나...


거리상도, 규모상도

주변풍광도, 필요성에서도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어쩌면 ‘간이’ 라는 접두어가 붙어야 더 어울림직한

조그만 휴게소. (중부고속도로 상에 있는)


난 요즘 이 휴게소에 들리는 재미에 빠져있다.

가능하면 부러라도 핑계를 만들어 들리려하니


먼저 이 휴게소는 작다.

건물도, 주차면도, 부지의 넓이도.

다음은 이용객들이 적다.

그 작은 규모에도 못 미칠 만큼, 한가롭다 할 만큼.


산도, 물도, 높이의 전망도 없고.

아무런 특색도 필요성도 적은 그런 밋밋한 장소.

아마 그래서 나도 분명 한 두번 들렸을 터이지만

급하게 볼일만 보고 떠나인지 기억에는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이 아닌 것 같은데도

이 휴게소는 뭔가 모르게 가득 찬 느낌이 있었다.

오랜만에 - 어쩌면 처음으로 들려서

한동안 난 그 내 느낌의 실체가 무언지 궁금해 했다.


뭘까? 대체 뭘까?

붐비지 않는 그 여유가 주는 한가로움 때문일까?

아니면 언 듯 보기 잘 관리된 듯한 질서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은연중 이 휴게소의 형태, 앉음새, 배치가 주는

공간의 안정감 때문일까?


아닌게 아니라 제대로 눈뜨고 보니 모든 것은

잘 정돈되고 깨끗이 손질되어 있었다.

비록 화려하진 않더라도

아기자기 오밀조밀? 대체로 아담하단 느낌이었는데

들여다보니 모든게 대단히 정성이 들어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정성이었다.

그것은 성의였었고 친절이었고 노력이었고

마음이었다.


한단 높이의 휴게소에 오르니

도로와 휴게소간 buffer zone이 작아(소음차단용 마운드와 수목)

차량소음이 그대로 전달되기는 했지만

내놓은 planting box의 꽃들도 예쁘고, 마침 벌들이 날아와 잉잉거리고


화장실에 들어서니

깜짝 놀랐다.

바닥을 글라스 블록으로 처리했는데

밑으로 물이 흐르고 비단잉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요즘 새로 짓는 휴게소 화장실들이 대체로 훌륭한데,

이 휴게소가 들어선 연대를 생각해보라!)


볼 일을 보고

커피 한잔을 사서 돌아서려는데

건물사이로 조그만 길하나가 트여 있었고

무언가가 그쪽으로 자꾸 당기는 듯 했다.

바로 여기다.



내가 처음으로 들렸을 때 이 공간은

아무도 없이 비어있었다.

반구형으로 경사지에 발코니를 달아내어 적삼목으로 지어진.

음악이 조용히 흐르고

물이 돌돌 흐르고

바닥 목재사이로 아래의 파란 풀들이 보이고.


여기를 지나시는 이 언젠가 한번 들려보시길


다음에 그 소로 길에서 난 쪽문을 열고

아래 들판으로 내려가 저 벌 끝에 있는 강둑까지 한번 걸어갔다

오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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