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나?
며칠째 몸이 불편하다.
딱히 정색해 말하긴 그렇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그야말로 좀 불편한 상태.
처음엔 안쪽 허벅지가 새 옷에 스친 듯 약간 아린 느낌
다음날엔 그 바깥쪽이
그리고 그 다음엔 엉덩이 쪽이
마치 멍에 든 부위를 만질 때처럼 피부가 약간 아리고 불편한데
겉보기는 멀쩡한
그렇다고 딱히 심저, 어디가 아픈 곳을 짚어낼 수 없는,
짐작할 수 없는 오른쪽 한쪽만의 불편.
뭘까?
그러다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
짐작 가는 바가 있어
아는 의사에 물으니 비뇨기과를 가보란다.
그래서 아무데나 집히는데로 찾아간 비뇨기과.
‘이러저러합니다. 증세는.
그리고 한 10여년 전, 이쪽에 짧지만 통증이 있어
찾아간 병원에서 신장인지 방광인지 작은 돌들이 보여
언젠가 말썽을 일으킬지도 모른단 말을 들었습니다.‘
‘글쎄요.’ 하며 양쪽 옆구리를 두드려보고
‘아프십니까?’ ‘아니요.’
(지금은 엉덩이 고관절 쪽이 불편한듯하오)
‘소변보기 불편하십니까?’ ‘아니요.’
‘소변도 깨끗하고... 결석은 아닌듯합니다.’
‘그럼 뭘까요?’ ‘글쎄요?’
‘혹시 임파선이?’ ‘그야 저야 모르지요.’
서푼 아는척이 불편했음인가 더 이상 볼 일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알았쉬다.’
그래도 이것저것 들춰 과잉하지 않고 솔직하니 다행이지.
다음날, 그제 토요일이다.
약속이 잡혀있어 한 5~600고지 산을 올랐다.
쉬엄쉬엄. 등산이라 하기엔 뭣한. 온갖 해찰에 한담에 휴식이 늘어진
산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이 염천에 몇 년 만에 산행이었다.
산을 내려와 모처럼만에 어우러짐으로 밤 10시, 11시까지의 통음.
난 주로 생맥주를 마셨다.
그 자리에서 지인이 들려준 경험담.
‘통증의 부위를 찾을 수 없습니다.’
‘옳커니. 나랑 같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격렬한 통증으로 바로 진통 마취 처치에 들어가야 합니다.’
‘나는 아직이니 그 예비전조인지도 모르지. 아니면 아주 작은 녀석이
생애처음 가출을 시도했거나.’
마침내 우릿한 통증은 옆구리 즈음에 와 있는듯했고
술이 취하자 아무런 통증도 없어져 ‘녀석이 벌써 그 장고의 여정을 끝냈나?’
약간 싱겁기도 하다 생각했는데
와중에서도 생각은 점점 ‘그럴 것이 분명해’ 란 밑도 끝도 없는
확신으로 변해가 생맥주를 더욱 벌컥벌컥 마셔대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일요일 어제
전날의 과음에, 본격적 무더위에 아침부터 습한 무거운 기운에 눈뜨니
웬걸 찌쁘드, 여전한 느낌.
올해 중 가장 덥다는 날씨
한낮을 피해 늦게 찾은 가까운 근교 연밭
연꽃은 아직이지만 더위는 이미 속속들이 진주해 있었고
한길 알 수 없는 물속처럼 이 의뭉한 의구. 불편도 영 개운치 않았지만
한걸음 물러선 멀찍한 해거름 여름들판의 여유.
안식.
잠시의 평화
오늘
좀 전 오후
인터넷 검색으로 지역에서 가장 유명해 보이는 결석만
전문으로 한다는 병원을 찾아갔는데
이럴 수도 있는가? 의사 말이 10년 전 내가 간 병원도 그 병원이란다.
난 까마득하여 그 기억이 내 것이 아니지만, 진료기록이 있으니. ㅠㅠ
이때까지는 좋았다.
곧 이어 X-ray. 초음파.
‘미리 말씀드리는데 전 결석 전문이라 결석이면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처치해 드리겠고
아니면 제 전공이 아니라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셔야지요.
웬지 믿음이 간다.
그리고는 ‘아닙니다.’ 결석이 아닙니다.
???
아니라니? 확실히 아닌가 보다.
‘혹시, 작은 것이 요로 중에 타고 내려올 수도 있지 않겠슴꽈?’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경험상 95%는 그러지 않을거고 확신을 위해
요로 조영술 촬영을 해볼 수도 있는데 굳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전히
‘그럼 난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묻노니 (빌미가 된 예전 그 작은 실마리는 접고)
‘혹시 척추나 뭐 어디 신경이 눌려 그럴지도 모르니 정형외과를 가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신할 순 없지만....’ 이 말은 숨긴게 분명하다.
어제의 말이 생각났다.
‘그것이 확실하다면 그건 차리리 다행...’
그렇다.
이적 살며 내 몸 한구석 아프면 그건 어디, 무엇 때문이란 짐작은
자연히 따랐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번의 이 작은 반란 혼란
그에 따른 불편, 어쩌면 당황.
무시하고 며칠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을,
그런 적이 있었는지도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누구는 생의 전부를 걸고 들고 남의 결단을 내리고
더 나아가 죽고살고 기로에도 서는 순간
맹렬히 여름 볕은 내려쬐고 곧 해갈의 소나기도 오겠지만
우릿한, 지금은 오른쪽 옆구리 통증.
이 손톱 밑 가시의 불편
우주를 앞질러 지가 제일이다 코앞에서 알짱대니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기적인 몸
마음
정신
난 내일 어디로 가야하나?
(병은 자랑하라 했으므로~)
**** 부록. 아무래도 대접 ****
(지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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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첫날 시작입니다.
한해의 상반기가 훌쩍 지나가 버리고
7월 더위와 장마예보로시작하지만 횐님들 더욱 더 건강하시고.
7월달 한달내내 보람된 달이 되시길 바랍니다~~ 산자락
산자락님
제가 글을 올리는 중에 위 댓글이 달렸습니다.
저는 지금 너무 바쁜 일신상의 이유로 댓글답글란을 닿아놓고 있으니
제가 임의로 내림을 양해하시고 오해없기를 바랍니다.
또 어쩌면 닉이 낮설어 님이 실수로 잘못 올린것일수도 있구요
하여튼~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방명록은 환영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