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나무-3
산다는 일이 매양 평탄할 수만은 없다.
이제 뭐가 좀 정돈되고 안정되었겠지 하는 순간
삶은 또 어디다 그런 짐작도 못할 여러 문제들을 숨겨놓고 있었는지
마치 심술궂은 선생님이 숙제 내주듯 산 넘어 강이요 강 건너 또 산이다.
하지만 산다는 자체가 그러하다는 것은 이미 체득될 나이니
일희일비할 것도, 마음조리며 안달복달할 것도 없다는 여유도 부릴 줄 안다.
한두 시간 건조한 면담이 아니라
좀 진득한 설득이 필요한 고민에 빠진 한 젊은 영혼을 청해 나선 길
행선지는 평소에 한번 가보자 했던 강원도 영월 주천면 판운리 섶다리
2월 아침 눈부신 햇살은 여전하고
(여기에 대해 언젠가 한번 제대로 찍고, 쓰고픈 욕구가 있다
-2월이 아름다운 이유)
고개를 넘자 나는 잠시 충격에 빠졌다.
날이 그리 명쾌하지 못했는데도
이 오묘한 은백색? 은회색? 진주빛? 솜사탕 같은 풍성한 잔가지를 가진 나무
아무래도 너무 섬세하고 연약할 것도 같은데
자리한 넉넉한 환경 탓에 주눅 들지 않고 마음껏 꽃 피우니
보기도 흐뭇하고 그 몸피만큼 마음 씀씀이도 넉넉하여
여길 찾는 여러 상처받은 영혼들의 쓰린 마음갈레들도 세세히
쓰다듬어 위무해줄 것 같은 어머니 품성을 가진 듯한 나무
그러면서도 현숙하고 아름답고
지혜롭고 따뜻하기까지 한 이상적 아내 상도 지닌 듯 한 나무
이 나무 이름을 찾아 온갖 곳을 뒤져보았지만 찾지 못하고
(판운리 섶다리로 검색해 200여 사이트를 뒤져보았지만 어찌 그리도 똑같은 다리얘기뿐인지
어찌 그리도 이 빼어난 나무에 대해서는 약속한 듯 한마디 관심, 의문도 없는지~)
마지막 단서 하나를 잡긴 했는데
너무 멀어 명찰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확대해 짐작해 본 흐릿한 그 이름이 <느릎나무>
도저히 자신이 없다.
< 영월 장릉 경내 동일 수종으로 짐작되는 보호수 >
<확인 결과 이 나무의 이름은 느릅나무였습니다. 2012.03.02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