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싶다.
우연찮게 그 섬을 가보게 되었다.
주말
혹시 누가 동참하려나 방을 붙였는데
아무 반응이 없길레 한창인 날씨도 그렇고 하여 다음으로 미루고
친척 만나는 집안일을 좀 돌보기로 약속을 잡고 있었는데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부터 연락이 왔다.
가지 않느냐고?
하는 일의 성격상 도저히 주말여행의 짬을 내기가 곤란한 형편인데도
처음으로 짬을 낸 것도 그러려니와 멀리 이국에서 오신 손님한분도
동참하겠다하여 부랴부랴 내 스케쥴을 다시 조정하고
다음날 아침
날은 맑았지만 올해 들어 최고로 더울 것 같은 폭양의 염천
아무래도 수영복을 준비함이 어떻겠냐 문자를 보내는데
문자가 왔다 ‘갈 수 없게 되었다고....’
그 마음 십분 이해하기에 어제 과음을 달레느라 앉은 아침식탁에서
이리저리 연락, 급하게 맴버 체인지하여 어울린 4인방
차량 한량으로 이동하기 딱 알맞은 숫자다.
뿐이랴 성향에 취향까지 비슷하니~^^
길은 jam을 피하느라 선택한 애기봉 하점 강 제방도로
그리하여 창후리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이 정오 무렵
점심은 섬, 섬에 들어 맛나게 먹자. 이왕이면 풍광에 여유까지 곁들여
배를 타고 한10분을 간다.
석모도 길의 두 배쯤. 교동도.
이 섬에다 마음을 둔 계기는
웹에서 ‘우리나라 자전거 여행지 베스트 10위안에 든다’ 평가한 글을 보고서였는데
(지난 봄 도착시간이 늦어 섬에 들기를 포기한 적이 있다.)
통상 아침 9시? 부터 저녁 6시, 하절기는 7시까지 카페리가 수시로 다닌다.
바람은 거의 없는데도 날은 깨끗하게 맑다.
태양은 그 볕에서는 단 5분도 못 서 있을 만큼 강렬하다.
도착한 포구는 식당도 하나 없을 만큼 한적하고.
20~30대 남짓
건너온 차량의 맨 마지막에 붙어 느릿느릿 운행을 시작한다.
느낌이 좋다.
아, 이거 뭐지?
느낌이 좋다.
순박한?
때 묻지 않은?
고요한?
차분한?
첫 번째 언덕에서 섬에서 유일하지 싶은 과수원을 만난다.
나무는 사과나무인데 복숭아, 포도,,,
소리쳐 불렀지만 답이 없어 돌아 나오려는데 나온
주인 아줌니와 잠시의 한담.
복숭아도 포도도 아직 일러 팔수는 없고~
포도 덩쿨과 설익은 열매를 늘어뜨린 아치형 파고라
사과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햇살과 잎새가 만들어내는 그늘문양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다.
한산모시 풀 먹인 듯 깨끗한 여름.
그렇다.
이 수사가 딱 맞을 것 같다.
고개를 넘어 들길로 들어선다,
백로 왜가리는 그렇다 치고, 농로에는 종종거리는 논병아리,
꼬리를 깡총거리며 유쾌하게 나는 물떼새
저건 뭐지?
아, 제비!
제비네
제비가 길바닥에도 전깃줄에도 한 가득이다.
우리가 잊고 있던 옛 풍경.
느낌이 좋다. (이 말 앞으로도 다섯 번은 더했다)
들 가장자리. 마을이 깃들어있는 야트막한 야산기슭 그늘에 차를 세우고
들을 본다.
누릿장 나무 꽃이 만발했고
온갖 잡초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작은 꽃들을 올망졸망 달고 있다.
앙증맞게. 잡초?
그러니 이름 모름. 이건 무식의 극치며 유린이며 생명에 대한 모독이다.
빈 마을을 이리저리 다녀본다.
사람 사는 곳이 정겹다.
함석과, 원색 페인트와 녹슨~ 이외로 정미소가 많다.
이외다 싶을 만큼 한마을에도 서넛이다.
가정용 도정기가 보급되고부터 사양업이고 거개가 폐가수준인데~
그러고 보니 섬의 물산은 거의 논농사, 쌀농사가 전부인 것 같다.
갯벌을 막아 간척하여 넓은 해안평야를 만들고 야트막한 구릉에 기대어
사방이 제방인 평지형 저수지를 만들고
저 멀리 보이는 산들의 모습이 모두 민둥이니, 맞다. 북한 땅
그러니 모든 해안은 철조망으로 포위되어 생산을 기대할 수 없고
섬 한 바퀴를 대충 돈 것 같은데
그 알맞은 -풍광 좋고 한적한,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식당커녕 구멍가게조차 보기가 곤란했는데 주민께 물으니
그래도 저기 들판한가운데 100여호 남짓한 면소재지가~
배가 고팟길레 하는 수 없이 풍광을 제껴두고 그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이야 뭐 거의 분식점, 식육식당 수준.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어찌 이곳서 우리 소풍의 꽃을 장식할 수 있으리
예정보다 좀 일찍 나가기로 한다. 여지를 남김도 좋고.
그러니 더욱 마음에 든다. 느낌이 좋다.
즉, 그만큼 오염이 덜되었다는 증거. 환경이, 문명이, 인심이, 자연이...
그러고 보니 그 섬에서 마주 오는 차량을 한 대도 못 만났네.
(들길을 주로 다녀서이기도 하겠지만)
오는 가을 저 들판을 자전거를 타고 달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르고~
왠지 이 섬을 점찍어 다시 1년4계를 다닐 것 같은 예감.
다음엔 도시락을 싸 옵시다.
저 들판 가장자리 산기슭 그늘에다 흰 보자기를 깔고~
석모도 초입 갈매기식당 같은 솜씨 좋은 집이 없음을 아쉬워하며
월드콘 하나로 허기를 달래며 나오는 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