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남쪽바다2

우두망찰 2008. 6. 11. 11:42

 

 

 

 

 

 

 

 

 

 

 

 ~

에 힘을 주는 순간 어신찌가 급작스런 이별처럼 주저함 한번 없이 깊숙

이 내려간다. 반사적으로 추켜든다. 힘이 느껴지고 곧 힘이 실린다. 고기는

아직 구속이 뭔지 모르는 듯 준마처럼 내달린다. 스풀이 몇 번인가 괴이한

소리로 역회전을 했다. 잠시 여유를 보아 드렉을 좀 더 조이며, 나는 물속

으로 사라지던 빨간 찌의 환영을 본다. 그리고 잠시. 고기가 달리기를 멈춘

다. 멀리 도망가 있다.  ‘농어인가?’


 멀리 달아난 폼을 의아해하다 고기의 요동침이 둔탁해, 나의 온통 열려진

육감이 곧 그 종류들은 아니란 걸 감지한다. 가늘지만 강한 줄을 통해 지금

나는 그와 대치를 하고 있다. 온 신경 줄이 끊어질듯 팽팽한 낚싯줄에 연결

되어 고기와 맞닿아 있다. 근육이, 온몸의 감각이 한 점 남김없이 부풀어

긴장을 하여 그의 실체와 대면하는 순간인 것이다.

이 순간이 나를 무아지경으로 몰아넣는다. 

‘그래 물었구나.’


인식은 항상 한 발짝 늦다.

고기가 크게 요동을 치다가 정면에서 측면으로 방향을 바꾼다. 저항의 실체

를 느꼈으리라. 그럴 테지. 고기가 이길 힘은 없는 거지. 이건 애시당초 불

공정한 게임이니까.

생명을 두고 불필요한 유희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저항도 좀체 수

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고기는 몇 번인가 반전을 시도했지만 나는

그 조금의 틈새마다 여유를 주지 않고 숙연히 릴링을 했다.

더디어 그가 자태를 들어낸다. 찬란한 은빛과 엷은 잿빛의 줄무늬를 보여준

다. 감성돔이다. 뜰채를 쥐는 잠시 순간의 여유로 내달리고 뒤집는 놈의

자태가 일품이다. 기회를 보다 한 번의 뜰채 질로 정중히 녀석을 모셔 내었다.

눈이 부시다. 한 점 티 없이 깨끗하고 늠름한 모습이다.

 

 

 


고기가 칼날 같은 지느러미를 세운다. 튼튼한 뼈대로 무장된 강인한 입이

끔벅인다. 놀라 휘둥그레진 그의 눈은, 그러나 이외로 맑고 투명하다. 나는

항상 이 순간 고민에 빠진다. 나는 그들의 이 귀족적 자태를 대할 때마다,

이 녀석들은 분명 숭고한 영혼을 가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곤 하기 때문

이다. 측선이 햇빛에 선명하다. 그의 균형선이다. 균형이 무너진 줄 고기는

아직 모르리라. 그러나 망서려서는 안 된다. 이 순간 보석처럼 빛나는 이

아름다운 생명을 두고 더 이상 망서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바늘을 빼고, 고기를 부표가 달린 살림망에 넣어 다시 바

다로 던진다. 순간 고기의 환희를 보는듯하다. 그러나 난생 처음 경험한 생

경한 세계로부터 미쳐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둘러친 그물의 부자유를 보리

라. 고기는 온 힘을 다해 저항 할 것이다. 그리곤 절망을 하리라. 그의 지능

은 남다르니까.



그러한 후 새삼스레 심장의 고동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