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산맥의 뼈를 발라 가지런하게 한다. 가을 산맥의 뼈들은 여름의 질퍽거리던 숲과 흙을 떨쳐버리고
흰 뼈대의 얼개만으로 뭍의 골조를 이루어, 설산고행하는 부처의 가슴팍 늑골을 닮아간다. 산맥들은 그 품
안에 먹이던 모든 잎들을 흙으로 돌려보내고 마른 뼈만을 시공속에 드러내면서 겨울을 나는데, 그때 모든
골산(骨山)은 토산(土山) 위로 뜬다. 길은 살 속으로 그리고 흙 위로만 뻗어 있는 것이어서 토산이 끝나는
흙의 가장자리에 서서 나는 산의 뼈로 건너가는 등산로를 찾아내지 못한다."
누렇게 바랜 책을 주머니에 꽂고 경주에 다녀왔다. <풍경과 상처>. 십수 년 전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이다.
당시엔 무명 작가가 쓴 무명 기행문이었다. 책 속에 서늘히 벼려진 부벽(斧劈)의 문장 앞에 아연했던 기억
이 있다. 작가는 야들한 감상 대신 도끼로 찍어 내리는 듯한 언어로 여행의 상념을 기록하고 있었다.한국어
의 자모로 이뤄진 이 부벽준의 풍경화를 나는 시립 도서관 철로 된 책시렁 위에서 발견했다. 절판된 책을,
기어이 정가의 곱절을 주고 헌책방에서 샀다.
*
위의 색깔 글은
오늘 아침 우연히 발견한 인터넷 글 한꼭지다.
<제목 : 김훈 - 경주 남산 .한국일보 기획 작품속을 걷다
"바람에씻긴 그의 이마가 말갛다">
글을 쓰려면 가벼운 기행감상이라도 이쯤은 되어야 할터인데
아랑곳없이
구태의연 다음 그림들을 올린다.
2012년 11월
밥벌이 일과의 연관으로 몇 개 지방도시 공연 시설들을
돌아보러 다니는데
천안, 볼일을 마치니 4시가 넘었고
갑자기 인근 현충사(내 나이 스무살때 한번 가 본)가 생각나
들려본 그 곳
예전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지않게 변했고
(소박한 시골 사당쯤이었다 생각되는데 규모가 수십배?는 커진듯)
참 아이러니하다 생각되는건
조경의 인공성이 너무 강해
내 눈에만 그리 비칠까? 왜색냄새까지 나는건 아닌지...
입장제한 시간 5시 5분전 입장 퇴장권고시간 5시 30분
5분전 퇴장 30분간의
현재 한국 중부가을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