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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우두망찰 2011. 6. 24. 15:51

 

 

 

 

 

 

 

 

 

 

 

 

 

 

 

 

 

 

 

 

 

 

 

 

 

 

 

 

 

 

 

 

 

 

 

 

 

 

 

 

 

 

 

 

 

 

 

 

 

 

 

 

어린 왕자

 

 

내 나이 스무살 때

나 또한 어린왕자를 읽었지

누구나처럼 바지 뒷주머니에

 책을 꼽고

다 아는 척

재미있어 죽겠다는 척

역시 명작이야, 아주 감동의 표정이었지만

그 책은 재미가 없었네

 

알 수가 없었네

이솝 같지도, 탈무드도

아라비안나이트도 아니었어

그래 약간 초조해진 나는

다시 한 번 읽었지만 그것은 사막

어디서나 흔한 금싸라기 몇 알뿐

말들은 감동이 없었네

 

그 후 서른 즈음에서도 마찬가지였었지

그러다 우연히 지금 다시 그 책을 읽으며

이제서야 그 사막의 윤곽이 보이네

비로소 모래색은 따뜻한 벌꿀 색

어렴풋, 그 속의 스민 야생 사막꽃 향기

 

길들인다는 건 시시한 일이고

하찮게, 소홀히 여기는 인간된 일의 시작이라 슬프기도 하지만

그것 아니면 버틸 재간 없는 이 지구별에서의 나머지 삶

어린왕자처럼 내게도

그것은 단 한 송이 장미꽃 때문이라

지금 말할 수 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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